한국일보

한국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 속출’… 손실 4조원대

2025-04-15 (화) 12:00:00
크게 작게

▶ 2015~2022년 조사… 1조325억은 ‘청산’

▶ 해외 부동산 환상에 ‘과열 경쟁’ 부메랑
▶ 3,700억 빌딩 투자했다가 95% 날리기도

한국 투자 업계가 미국 등 해외 부동산 투자로 4조 원이 넘는 손실 위험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2019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투자자까지 뛰어들었지만 5년이 지나 만기가 다가오면서 부실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를 통해 2015~2022년에 이뤄진 주요 해외 부동산 투자 중 부실이 우려된 38건을 조사한 결과 4조2,567억 원은 손실이 확정됐거나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조325억 원 규모의 펀드가 이미 손실이 확정된 채 청산됐다.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하고 투자한 건물이 팔리지 않으면서 만기를 연장하거나 헐값에 투자자를 교체한 경우도 3조2,242억 원에 달한다.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한 사례도 여럿이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다수인 공모펀드에 1조1,043억 원의 투자금이 사실상 물려 있다. 나머지 2조1,199억 원의 사모펀드 역시 대부분 연기금과 공제회·보험사 등 개인의 노후 자금이 들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2018년 펀드를 통해 투자한 프랑스 마중가타워는 현재 총 3,697억 원의 투자금 중 95% 이상인 3,541억 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투자 당시 건물 가치만 1조 원이 넘었고 딜로이트와 악사그룹 계열사인 AXA인베스트먼트가 100% 임차하고 있어 7% 이상의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였는데 사실상 전액을 날린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다수인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중 또 다른 대표 손실 사례는 수익률 -99.99%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 글로벌 부동산 투자신 탁229호(트리아논 펀드)다. 공모펀드 최초 설정 규모는 1,862억 원이고 사모펀드까지 합치면 국내에서 투자금만 3,700억 원이 들어갔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2018년 651억 원 규모로 설정한 하나대체 88호의 경우 미국 실리콘밸리 이베이 본사에 투자했던 펀드인데 지난해 11월 기준 평가액 284억 원으로 손실률 57.4%다.

해외 부동산 펀드 다수는 환헤지(리스크 분산) 실패와 불리하게 짜인 대출 구조로 큰 손실을 입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모펀드 자금 800억 원에 사모펀드 조달금을 더해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호샤베라타워 2개 동을 5,400억 원에 매입했는데 청산 시기 현지 통화인 헤알화가 폭락하며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투자 손실의 주요 원인은 선진국 대형 오피스 건물에 유명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장기 임차한다는 호재를 보고 뛰어들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공실률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내 증권사들은 글로벌 기관이나 기업이 장기 임차한다는 광고를 앞세워 금융 상품으로 완판 행진을 이어갔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선순위 투자자로 들어온 현지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헐값이 된 건물을 매각하면 국내 투자자 대부분이 몰린 중순위는 방어할 겨를도 없이 투자금을 날리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내 부동산 시장을 생각하고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해 중순위에 몰렸다”면서 “투자 당시부터 현지에서는 한국 투자자가 과도하게 경쟁을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