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난폭운전 한인 유학생에 ICE, “당장 미국 떠나라” 날벼락
2025-04-14 (월) 07:30:21
정영희 기자
▶ 대학졸업 후 OPT 취업중 2020년 과속 빌미 I-20 취소 통보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자는 물론 합법거주 외국인들까지 미국에서 쫓아내는 반이민 광풍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 유학생이 5년전에 범한 난폭운전(reckless driving) 기록으로 인해 비자 취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중반의 K씨는 지난 8일 연방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 “여권에 있는 학생 비자 취소와 SEVIS(유학생 및 교환방문자 관리 시스템) I-20 입학 허가서가 취소됐다”며 유예기간 없이 “즉시 미국을 떠나라”는 날벼락 통보를 받았다.
고교 때 미국으로 유학 와 대학을 졸업한 후 OPT로 취업 중인 그는 대학 재학 때인 2020년에 난폭운전으로 경찰에 걸린 기록이 문제가 됐다.
현재 아무런 잘못도 없이 ICE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K씨는 “학생 시절 과속 적발로 난폭운전에 걸린 게 이토록 큰 죄가 될 줄 몰랐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망연자실해 했다.
K씨가 보내온 서류를 살핀 전종준 변호사는 “주마다 형사법 규정이 다를 수 있으며, 난폭운전이 경범 형사사건인데도 미국비자 취소 통보를 했다. 이제는 학생 비자 신분까지 취소하는 강경 반이민 정책을 펼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ICE 통지문을 보면 한국에 간 뒤 미국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취소해야 하고 미국 재입국이 힘들다고 표기돼 있다. 미 대사관의 비자 거절이나 취소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의 인생이 망가지게 생겼다”고 안타까워 했다.
전 변호사는 “루비오 연방국무부 장관이 최근 300여명의 유학생 비자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듯이 음주 운전, 부부싸움, 간단한 교통 법규 위반으로 법원에서 지문을 찍은 경우만으로도 비자를 취소하고 내쫓고 있다”면서 “지상사 직원이나 교환 연수생 등 다른 종류의 비이민 비자로 미국에 체류중인 사람들의 비자 취소 및 체류 허가 취소 통보가 적용될 지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한 유학생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다 경찰에 리포트 된 후 법원의 기각(Dismiss) 선고를 받았음에도 학생 비자 취소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한편 CNN과 NBC 방송 등은 지난 10일 트럼프 행정부 들어 뉴욕과 보스턴, 캘리포니아 등 미 전역의 22개 주에서 300명이 넘는 유학생 비자가 돌연 취소됐다고 보도했다.]본보 4월11일자 A1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에는 컬럼비아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한 후 체포된 마흐무드 칼릴과 비슷한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경범죄를 이유로 비자 취소와 함께 추방 위협을 받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으며 아무런 이유 없이 표적이 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유학생 비자 취소의 법적 근거를 1952년 제정된 이민·국적법에 두고 있는데, 이전까지 거의 사용되지 않은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미국에 잠재적으로 심각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을 추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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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