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을 지키면서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

2025-04-10 (목) 02:51:23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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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진 명예감독, GMC 개척교회 지원

“전통을 지키면서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

10일 본보를 방문한 조 목사는 ‘스미스채플 챈틀리 캠퍼스’를 개척해 섬기고 있다. 문의 (703)347-1348, 주소 4445 Brookfield Corporate Dr. Chantilly VA 20151

성소수자 문제로 갈등을 겪던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 UMC)가 결국 보수적인 신학을 유지하려는 ‘글로벌감리교회’(Global Methodist Church, GMC)로 분리됐다.

UMC의 진보적인 성향과 달리 성경의 권위를 중시하며 전통적인 결혼관을 지지하는 GMC는 2022년 5월 공식 출범했으나 규모는 기존 교단의 25% 정도에 불과하다. 신앙과 양심의 문제로 고민해온 조영진 목사도 결국 UMC를 나와 GMC 명예감독으로 개척교회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스미스채플 챈틀리 캠퍼스’를 개척한 조 목사는 10일 본보를 방문해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GMC로 분리돼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성소수자 문제는 감리교뿐만 아니라 성공회, 장로교, 루터교 등 다른 교단들도 겪고 있는 문제다. 오랫동안 논의하고 기도했으나 오히려 상황만 더욱 악화돼 결국 서로의 미래를 위해 각자의 길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쩌면 지금의 혼돈이 기도의 응답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수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세우고, 새 일을 행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사랑을 실천해야 할 기독교인들이 너무 박절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이 성서적인 가르침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전통을 지키면서 그들의 아픔도 돌봐야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한번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지만 신앙을 양보하지는 않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변화의 약속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한인교회가 기존 교단에 남아있다.

▲UMC 소속 3만여 교회 가운데 7,500개 교회만 GMC 교단으로 나왔다. 버지니아의 한인교회도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로목사가 새로운 교단으로 나와 개척교회를 지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소그룹 교회를 강조하고 있다.
신앙과 양심에 따라 UMC를 떠난 성도들이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 이들에게 갈 곳을 마련해 주고, 이 시대에 주님이 원하는 교회의 갱신, 부흥의 역사를 기대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우리가 왜 나왔는가를 생각하자.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 고민하자. 성소수자 문제를 넘어서 새로운 교회,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 주님의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UMC나 GMC 모두 분리돼 나오는 과정에서 상처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선교의 동역자로 다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도 매일 기도하고 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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