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비관세 장벽도 ‘정조준’… “각국 협상서 핵심 쟁점”

2025-04-09 (수) 0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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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TR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규제 비판…한국엔 소고기 수입월령 제한 등 지적

▶ 트럼프, EU 공산품 무관세 제안에 “그걸로는 충분치 않아”
▶ 전문가 “규제, 한 국가의 문화·정치·관행의 산물”…협상 ‘험로’ 관측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중국을 제외한 상호관세 90일 유예와 함께 각국을 상대로 한 '패키지 딜'을 예고한 가운데 비관세 무역 장벽이 앞으로 이뤄질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각국의 관세뿐 아니라 미국산 제품에 대해 설정한 각종 규제가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는 요인이라는 인식을 드러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유럽연합(EU)이 상호관세 완화를 위한 협상카드로 미국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를 제안하자 이는 충분치 않다며 "관세는 큰 부분이지만 거기에는 다른 큰 부분이 있고 그것은 (비관세 무역)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규칙과 규정을 만들었는데, 그건 '당신의 물건을 이 국가들(EU 회원국)에 팔 수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관세 장벽을 정조준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지난 달 3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60여개 교역국의 무역 관행을 지적한 NTE 보고서는 EU의 식품 관련 규제와 IT 관련 규제, 캐나다의 유제품 공급 통제와 디지털 서비스세, 인도의 광범위한 보조금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대규모 무기 수입 시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절충교역',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전자 상거래 및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8일 상원 청문회에서 NTE 보고서를 제시하며 각국이 최근 비관세 무역 장벽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 참모들이 비관세 장벽을 해결하는 일을 경제 협상의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보고 있다고 9일 전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관세 장벽 문제를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같은 백악관 내부의 인식을 투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행되는 일부 규제에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아르헨티나는 수년간 자동차를 수입하려는 기업에 아르헨티나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수입품과 동등한 가치의 아르헨티나산 제품을 수출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로 인해 한국의 기업인 현대차는 아르헨티나로 자사의 자동차를 들여오기 위해 아르헨티나산 땅콩을 수출하는 일을 병행하는 '어색한 비즈니스'을 해야 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다만 미국이 원한다고 해서 각국이 비관세 장벽을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메리 러블리는 비관세 장벽은 한 국가의 문화, 정치, 오랜 관행의 산물이기 때문에 제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정부는 농산물 규제를 완화하면 파리 거리에 트랙터가 줄을 설 것이란 점을 알고 있고, 일본 등도 쌀 농가를 보호하는 것을 식량 안보와 문화의 문제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도 NTE 보고서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등이 거론되자 "미국 측 이해관계자가 매년 제기해 온 사항으로 기존 보고서와 유사하다"면서 우려 확산 차단에 나선 바 있다.

앤서니 가드너 전 주EU 미국 대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내 물건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비관세 장벽을) 만든 것이다'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같은 사람이 그냥 '없앱시다'라고 하는 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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