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90일 유예설’ 후 백악관이 부인한 10여분간 급등락
▶ 초유의 롤러코스터 장세…나스닥 반등 마감
▶ 다우·S&P 500은 3거래일째 하락…유가·금값도 하락 지속
▶ 미 10년 국채금리는 관세 발표 전 수준으로 반등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7일 뉴욕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친 끝에 앞선 2거래일간 이뤄졌던 투매가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장중 낙폭을 모두 회복하고 반등 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9.26포인트(-0.91%) 내린 37.965.60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83포인트(-0.23%) 내린 5,062.25에 마감했다.
반면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48포인트(0.10%) 오른 15,603.26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관세 정책 관련 뉴스에 시선을 집중하며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리는 과정에서 다우지수는 사상 최대 하루 등락 폭을 보이는 등 기록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3거래일 연속 급락세로 개장했다.
S&P 500 지수는 개장 초 4,835.04로 저점을 낮추며 장 중 한때 약세장 구간에 진입하기도 했다.
통상 월가에서는 직전 고점 대비 낙폭이 20%를 넘어설 경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본다.
나스닥 지수 역시 오전 장중 낙폭이 5%대에 달하며 3일 연속 급락장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남짓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 90일간 상호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보도가 나온 뒤 3대 지수는 무서운 속도로 급반등하며 상승 반전했다.
짧은 10여분 사이 나스닥 지수는 장중 저점과 비교해 상승 폭이 무려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저점 대비 고점까지 2,595포인트 상승 사상 최대 일간 변동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상호관세 일시 중단 관련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공식 확인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다시 급락한 뒤 전 거래일 마감가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 양상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소동으로 이날 오전 장중 2조4천억 달러(3천50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불어났다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가짜뉴스 소동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을 부정확하게 요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도 해싯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잘못 인용돼 확산한 것으로 보도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90일간의 유예를 검토할 것인지'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결정하려는 것을 결정할 것"(the president is going to decide what the president is going to decides)이라고 언급했다.
WSJ은 이날 움직임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진정시킬 정보에 얼마나 열광적으로 반응하는지, 뉴스 제목에 몇 초 안에 반응하는 월가의 고빈도거래(HFT) 전략이 자산가격에 얼마나 쉽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다수의 대형 기술주가 반등세를 보이며 나스닥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3.53% 올랐고, 아마존과 메타플랫폼 주가도 각각 2.49%와 2.28% 올랐다.
반면 중국 사업 노출도가 큰 애플과 테슬라는 각각 3.67%, 2.56%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34%의 대미 보복관세를 8일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9일부터 5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영향을 받았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일 세계 모든 교역국을 상대로 10% 기본관세를 발효했다. 국가별로 차등해 부과되는 상호관세는 오는 9일부터 시행한다고 이날 재차 못 박았다.
체리 레인 인베스트먼트의 릭 메클러 파트너는 "투자자들이 관세의 일시 중단 등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제 분명하다"며 "투자업계 내 많은 트럼프 지지자조차 관세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는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며칠 새 급락했던 미 국채 금리는 하루 새 급등(채권가격 급락)하며 4%대 위로 올라섰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22%로, 직전 거래일인 4일 같은 시간 대비 20bp(1bp=0.01%포인트) 올랐다.
최근 미 국채의 '패닉 바잉'을 촉발한 극단적인 위험회피 심리가 상대적으로 진정된 가운데 관세가 초래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된 영향을 받았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4일 3.9% 밑으로 떨어졌지만, 이날 반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하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국제유가와 금값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0.7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29달러(2.08%) 하락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64.21달러로 전장보다 1.37달러(2.09%)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와 산유국의 증산에 따른 공급 확대 전망이 맞물려 3거래일간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값도 이날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천971.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2% 하락, 온스당 3천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 국채 수익률이 반등한 가운데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연일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개장 초 60.13까지 올라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시장이 흔들렸던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