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0일 관세유예’ 오보 소동, 시장도 요동…백악관 “가짜뉴스”

2025-04-07 (월) 10: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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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 경제위원장의 원론적 답변이 SNS 통해 ‘유예 검토’로 확산

▶ 주식 급등에 CNBC도 확인없이 인용보도…통신사 가세 후 백악관 부인
▶ 트럼프 “관세 유예 검토하고 있지 않아”…미확인 SNS 정보 위험성 재확인

‘90일 관세유예’ 오보 소동, 시장도 요동…백악관 “가짜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의 일부 언론의 '90일 유예 오보'로 7일 주식 시장이 요동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조치와 맞물린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과 함께 소셜미디어 등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사용하는 데서 오는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전 10시19분(이하 미국 동부시간)께 '해싯 :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대한 관세에 90일 일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CNBC'라는 속보를 한 줄 문장으로 긴급하게 내보냈다.


이어 몇분 뒤 리아 노보스티도 CNBC를 인용해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90일간 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해싯이 말했다"는 속보 기사를 송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시행(9일)을 앞두고 긴급 타전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발언과 맞물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무서운 속도로 급반등했다.

그러나 금융 전문매체 포렉스라이브는 이날 실시간 보도에서 "출처가 불확실하다"면서 주의를 요구하며 "CNBC를 인용한 보도가 있으나 CNBC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백악관도 "가짜뉴스"라고 반박했고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다시 급락하는 등 요동쳤다.

이번 '가짜뉴스 사태'는 해싯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잘못 인용돼 확산한 것으로 CNN과 NYT 등은 보도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에 폭스뉴스에 출연해 '90일간의 유예(pause)를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려는 것을 결정할 것"(the president is going to decide what the president is going to decide)이라고 언급했다.

CNN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관세 유예설'은 이날 오전 10시 11분에 '해머 캐피털'이라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1분 뒤인 10시 12분에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주가지수가 갑자기 급등하면서 환호성이 나왔다고 당시 현장에 있던 CNN 기자가 전했다.


팔로워가 1천명 정도인 '해머 캐피털'의 글은 다른 유명 SNS를 통해 확산했다.

팔로워 85만명인 엑스의 인플루언서인 월터 블룸버그는 10시 13분께 사이렌 이모지와 함께 이 내용을 공유했다.

몇 분 뒤 생방송 중이던 CNBC의 칼 킨타닐라 앵커는 시장이 갑자기 반등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 생각에 우리는 이 헤드라인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해싯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90일간 관세 일시 중단을 검토중이라고 말하고 있다"라면서 월터 블룸버그의 엑스 글 내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CNBC는 방송 중 자막에도 해당 내용을 내보냈다고 CNN 등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당시 이를 토대로 속보를 내보냈고 백악관은 해당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백악관 신속대응팀은 해싯 위원장의 폭스뉴스 발언 영상을 엑스에 공유하면서 "해싯 위원장은 그 말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중국과'라고 분명히 말해왔다"라고 말했다.

CNBC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인용해 90일간 관세 일시 중단 검토설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보도했다.

이후 CNBC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자막에 게재했으며 기자들이 방송 중에 그것을 바로 정정했다"고 설명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후 이날 낮 12시 28분에 CNBC의 헤드라인 기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90일간 관세 유예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으나 백악관이 부인했다면서 잘못된 보도를 철회하고 실수에 대해 사과한다고 안내했다.

월터 블룸버그는 이후 해당 엑스 글을 삭제했다. 월터 블룸버그는 NYT에 다이렉트 메시지로 "시장 움직임(4.5% 상승)을 고려할 때 그 헤드라인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고 10시 13분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월터 블룸버그는 경제·금융 전문 통신인 블룸버그 뉴스와는 무관하지만, 종종 블룸버그 뉴스를 엑스에 게재한다고 NPR 등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90일간 관세를 유예하는 것에 열려있느냐'는 질문을 언론으로부터 받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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