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욕심”

2025-04-04 (금) 07:41:03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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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중국 시골 마을에 살던 노인이 큰 성에 볼 일이 있어서 나귀를 타고 집을 나섰다. 성에 도착해 나귀를 끌고 걷다가 어느 집 대문에 문패를 보았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 노인은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어떻게 오셨소?” “집주인과 장기를 한판 두고 싶어서 왔소”이윽고 젊은 주인과 노인이 마주 앉아 장기를 두는데 주인이 내기를 제안했다. “그냥 두면 재미가 없으니 진 사람이 스무냥을 내면 어떻겠소이까?” 그리하여 판돈 스무냥을 걸고 장기를 두는데 노인이 쩔쩔맸다.

“과연 장기를 잘 두시는구려 내가 졌소이다” “그러면 약속대로 스무냥을 내시지요” “내가 약속을 했지만 지금 수중에 돈이 없소이다. 대신 내가 타고 온 나귀가 오십 냥 가치는 되니 나귀를 잠시 받아주면 안 되겠소?” 젊은 주인은 생각지 않았던 나귀를 얻게 되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당장에 우리를 짓고, 나귀를 씻기고, 멋진 안장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그 노인이 다시 찾아왔다. “장기를 한 번 더 두고 싶소이다. 이번에는 돈을 가져왔으니 내가 지면 스무냥을 내고 내가 이기면 대신 나귀를 찾아가겠소” “옳거니 저 나귀에다 이번에는 공돈 스무냥” 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젊은 주인이 노인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은 지고 말았다.

“그럼 약속대로 나귀를 몰고 가도 되겠소이까?” 목욕까지 씻기고 새 안장까지 깔아놓았는데 나귀를 돌려주려니 집 주인 마음이 떨떠름했다. 하지만 내기에 졌으니 약속대로 나귀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나귀에 올라타 길을 떠나려 하자 젊은 주인이 노인을 다급히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지난번에는 어르신이 수가 많이 모자랐는데 대체 어떻게 장기를 잘 두게 되었소이까?” 노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관가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관가 입구에 나귀를 타고 들어갈 수 없다는 방을 보고 어디 나귀 맡길 데가 없나 하고 염려하다가 마침 주인장 집 문에 쓰여 있는 글을 보고 지면 이 집에 나귀를 맡겨둘 수 있겠다 싶어서 장기를 졌소이다.

그리고 이제 일을 다 봤으니 나귀를 찾아가려면 장기를 이겨야 하지 않겠소이까?” 젊은 주인은 기가 막혔다. 집주인은 노인이 멀리 가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문패를 뜯어내 던져버렸다.

교만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 자만심은 사람을 태만하게 만들고, 태만은 실수를, 실수는 실패를 부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야 겸손하고 다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당신은 이 순간에도 문패를 달고 사는 것은 아닐까? 늘 겸손한 자세로 행복한 날이 되길$

<임형빈/한미충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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