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이 아이들과 한국에 갈 생각으로 걱정 반, 설렘 반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친지, 친구들을 볼 생각에 신이 나다가도 아이 둘을 데리고 복잡한 서울을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뭐가 그렇게 어렵겠냐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친구들과 미리 연락하여 만날 식당을 고르는데 아이들도 같이 나오느냐고 묻는다. 그럴 것 같다고 하자 친구는 식당에 아이 의자가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당연히 구비되어 있는 아이 의자가 없는 식당도 많다는 것이다. 더 슬픈 사실은 아이를 아예 동반할 수 없는 노키즈존도 있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나가는 한국이라 맛있고 좋은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가기 전부터 제약이 많으니 힘이 빠진다. 노키즈존의 의미는 십분 이해하나 출산율 0.74명의 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부모와 아이 둘이 와서 식사를 하는데 어른용 2인분만 시켰다고 진상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의 온라인 글을 보았다. 아이가 먹을만한 음식이 없었고 게다가 작은 아이는 돌 전이라 이유식을 따로 챙겨 먹어야 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나는 거기서 부모만 식사를 시킨 것이 왜 민폐일까 생각했는데 아이 먹을 음식이 없는 식당이면 아예 가지 말았어야 된다는 댓글들이 많았다. 맘충이라고 욕하는 댓글도 많았다. 엄마, 아빠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먹고 싶은 것도 못 먹는다는 말인가. 네 명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2인분만 시킨 그 부모는 죄인이었다.
곧 집을 떠나니 냉장고에 먹을 것이 마땅찮아 외식을 하러 동네 식당에 왔다. 작은 식당이지만 하이체어와 부스터 시트까지 구비되어 있다. 아이들을 아이 의자와 부스터 시트에 앉히고 나도 자리에 앉자 서버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크레용과 색칠할 종이를 가져왔다. 이게 뭐라고 아이들이 신이 난 얼굴로 열심히 색칠을 시작한다. 덕분에 음식이 나올 때까지 아이들이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음식 양이 많은 식당이라 나와 남편의 음식만 주문하여 넷이 나눠 먹기로 한다. 그렇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후, 물이 도착했다. 아이들 물은 쏟지 않도록 뚜껑이 있는 일회용기에 담겨 왔다.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고 센스 있는 서버는 아이들이 쓸 플라스틱 수저와 포크, 접시를 따로 챙겨 왔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자리를 정리한다. 어린아이들이라 아직은 흘리는 게 반이다. 팁을 두둑이 내고 아이들을 챙겨 식당을 나선다.
한 손에는 둘째가 탄 유아차를 끌고 다른 손에는 첫째의 손을 잡고 식당문을 나서려고 하자 들어오던 손님이 들어오다 말고 문을 잡아주며 먼저 나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나는 아이들과 땡큐라고 인사했고 아저씨는 마이 플레져라며 웃어 보였다.
기분 좋은 저녁 식사의 마무리였다. 나와 아이들이 이렇게 당연하게 여기던 호의와 대접이 사실은 많은 이들의 배려와 일상화된 친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한국에 가서 노키즈존 사인을 보면 가슴이 아프겠지만 나라도 어린아이들에게 친절한 어른이 되어 주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노키즈존이 아니라 노키즈 나라가 되는 운명은 피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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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