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세 전에 차 팔자” … 마케팅 ‘올인’

2025-04-01 (화)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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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달러까지 상승 전망에 소비자, 딜러 방문 쇄도

▶ 한·일·유럽 제조사 ‘비상’
▶ 미국산 자동차도 가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초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부과를 예고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이번 관세 부과로 차량 가격이 적게는 4,000달러에서 많게는 1만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자 소비자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심리로 자동차 구매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를 비롯한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판촉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측은 자동차 딜러들에게 “이번 기회를 흘려보내지 말라”며 “기록적인 판매 달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딜러들에게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여파를 주시한다면서도, 현 상황을 판매 기회로 봐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물량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자동차의 대부분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부품을 사용하는 데 관세 부과 이후 부품 가격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한 셰볼레 딜러는 지난 사흘간 GM이 평소 한주에 보내는 물량의 2배인 100대가량의 차량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로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GM·포드 등이 국외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파는 3만달러 미만 저가 모델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시간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관세 부과 이후에는 같은 차량을 최대 1만달러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만큼 앞다퉈 딜러샵에 방문해 구매를 타진하는 모습이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재고 등을 감안하면 두 달 정도 뒤면 딜러들이 관세가 적용된 물량을 판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체이스는 관세 여파로 미국 자동차 가격이 평균 11%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미시간에 위치한 연구소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의 추산에 따르면 포드와 클라이슬러, GM, 혼다와 같이 북미에서 조립된 자동차의 가격은 최소 4,000달러에서 최대 1만달러 가량 오를 수 있다. 전기 자동차의 가격은 최소 1만2,000달러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현대차 대리점을 방문한 한 고객은 “신차를 보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당초 계획보다 결정을 앞당겼다”면서 “신차 가격이 4,000∼1만5,000달러 가량 상승하면 차를 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또 다른 근심거리는 부품가격의 상승이다. 관세로 인해 수리 등 유지관리 비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뉴저지에 거주하는 로버트 와이엇은 최근 9년된 메르세데스 GLE-350을 팔고 도요타로 교체했다. 그는 원래 2년 후에 차를 살 계획이었지만 트럼프의 관세 계획 때문에 구매시기를 앞당겼다. 그는 “이전 자동차가 슬슬 고장이 나던 상황이라 유지관리비 급등이 두려웠다”고 전했다.

CNN은 내달 초 부과될 관세로 인해 완성차 업체가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대폭 매입에 나서거나 아예 시장을 떠나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분석가인 에린 키팅은 “우리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공급이 제한되고 비용이 급등하는 상황을 목도한 바 있다”며 “이번에는 (관세로) 가격이 상승한 이유가 완전히 다르지만 시장은 또 다른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관세 부과 전 구매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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