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위기·금융위기 때와 달라…이번은 구조적 충격”
▶ 대미 수출로 경제 일궈온 나라들에 ‘중대한 도전’ 분석
▶ 미국도 관세 부메랑…골드만삭스, 美침체 가능성 20%→35% 올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다음 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그동안 낮은 무역장벽에 힘입어 대미수출로 경제를 일궈온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중대한 도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에 마땅한 대응 카드도 없어 아시아 지역 경제성장률이 1.3%포인트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주로 중국을 겨냥해 왔지만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 베트남, 인도 등도 미국에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로 지목되고 있어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경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31일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상호관세와 관련, "우리에게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그룹"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면서 '더티 15'(Dirty 15)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에 해당하는 나라가 어디인지를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 무역 적자의 4분의 3 이상이 15개국에서 나오며, 이 중 9개국은 아시아 국가로, 이들의 경제 규모는 41조 달러에 달한다.
싱크탱크 '로위 인스티튜트'의 롤랜드 라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전후 아시아의 수출 지향적 성장 모델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19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매우 다를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경기 순환적, 또는 금융 분야의 충격이었지만 이번에는 구조적인 충격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이미 발표된 관세 외에 상호관세가 추가되면 미국과의 무역 거래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3%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도 마땅한 게 없어 지금까지는 주로 미국을 방문해 미국산 상품 구매를 약속하고 자유무역의 이점을 내세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아시아를 포함해 각국 정부는 트럼프에게 통할만한 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안 통하며, 뭘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보복하는 것은 꺼린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로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이 위축되면 기업의 고용이나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건스탠리의 체탈 아야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이 2018~2019년 무역전쟁 당시보다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성장에 대한 타격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이 1년 내에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5%로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종전에는 이 가능성을 20%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또 올해 연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3.5%로 상향 조정했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0%로 낮췄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연구보고서에서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인 것은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데다 최근 가계 및 기업 신뢰 지수의 급격한 악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단기적 경제 약세는 용인한다는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