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주권자까지 불안하게 만들어서야

2025-03-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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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불체 이민자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천명하고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총동원해 벌이고 있는 이민 단속은 중범죄자나 상습 밀입국자 적발 추방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단순 체류신분 위반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구금 등 갈수록 실적 보여주기식 양상을 띄고 있다. 강경 이민 단속과 국경 강화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범죄와 마약으로부터의 미국 보호라는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그 과정에서 지난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까지 근거로 동원해 베네수엘라 국적자 수백명을 범죄조직원으로 일방적으로 지목, 재판 등 절차 없이 항공편으로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그 과정이 적법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연방 법원에서 이같은 조치의 시행을 중단하고 추방 항공편을 되돌리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트럼프 당국은 판사 명령을 고의적으로 무시하며 사법부와의 마찰도 불사하고, 해당 판사의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막무가내로 독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 이민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대학가 친 팔레스타인 반전 시위 가담자들까지 잇따라 체포해 추방 절차를남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컬럼비아대 시위에서 대학 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체류 신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영주권자 한인 여대생까지 단순히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영주권을 박탈하고 체포해 추방하려 시도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학생이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즉각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추방 절차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린 것은 다행이지만, 이민 단속과 추방의 칼을 정치적 반대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 미국 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유학생이나 비자 소지자들은 물론 영주권을 받은 한인들까지도 강경 일변도의 이민 단속 광풍에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현실이다. 당국은 이민자 사회를 위축시키는 무차별적 단속 정책을 지양하고 그야말로 미국사회를 위협하는 중범자들과 불법 신분 갱단원 추방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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