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WIFT 제재 집행권은 EU 소관…美재무 “모든 것 테이블 위에”
▶ EU 대러시아 제재 갱신 시한 7월까지 SWIFT 복귀 안될 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부분 휴전의 조건으로 요구한 금융 제재 해제에 대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이 방안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금융 거래 재개는 유럽연합(EU)이 동의해야 해 미국과 EU의 합의가 관건이 됐다.
2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국제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복귀에 대한 질문에 "긴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협상 전 그 조건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 지도부의 다음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SWIFT에 재가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중재로 에너지 인프라 부문에 대한 30일간 부분 휴전과 흑해 휴전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식품과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된 뒤에야 합의가 이행될 것이라고 선결 조건을 내놓으면서 합의의 발효 시점이 여전히 불분명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과 농산물 수출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풀고 이들 기관을 SWIFT에 재연결해야 합의의 효력이 생긴다며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미국과 EU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3천억 달러(약 439조 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동결했고 러시아 은행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SWIFT 본사는 벨기에에 있어 제재 집행권은 미국이 아닌 EU의 소관이다.
또 러시아 은행의 SWIFT 퇴출은 EU 독자 제재에 포함된 만큼 이를 해제하려면 27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EU는 6개월마다 27개국 동의를 얻어 대러시아 제재를 연장해왔고, SWIFT 배제를 포함한 경제 제재는 연장 시한이 오는 7월 말이어서 그 전에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익명의 EU 외교관도 EU 전문매체인 유락티브에 "7월에 제재 연장 결정 전까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변하지 않는 만큼 우리로서도 무언가를 변경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U도 러시아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긋는다.
EU 집행위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조건 없이 철수하는 것이 제재 개정·해제의 주요 전제 조건"이라고 재확인했다.
또 "러시아는 우리 제재가 그들의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제재를 완화하길 바란다는 게 참 희한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EU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휴전을 빌미로 미국과 EU를 갈라치기 하려고 SWIFT 복귀를 요구한다고 의심한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제재를 해제하고 러시아 금융 기관을 SWIFT에 다시 연결하는 것은 유럽이 결정해야 한다"며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대서양 건너에 있는 파트너(유럽)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의 완강한 입장과 달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자메이카를 방문해 "(사우디에서) 회담 후 러시아가 원하는 여러 조건을 자세히 설명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당국자들이 러시아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들이 대가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제시할 것"이라며 그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가 요구한 내용이 EU의 제재 해제와 관련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