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불경기 닥치면 어쩌나 ‥” - 주변에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선 지 두 달. 들리느니 뒤숭숭한 소식들이다. 연방정부 부처마다 감원 바람에 공무원들은 줄줄이 실직자가 되고, 대학이며 각 기관 지원 연방예산은 뭉텅뭉텅 깎이고, 서슬 퍼런 이민단속에 불안해진 이민자들은 바깥출입을 삼가고 … 사방이 살얼음판이다. 이래저래 소비심리가 위축되니 식당이며 술집에서는 “손님 구경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온다.
많은 유권자들은 지금 좀 어리둥절하다. 트럼프에게 투표하면서 유권자들이 가장 기대한 건 경제였다. 트럼프가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사이지만 일단 집권하면 다른 건 몰라도 경제만큼은 좋게 만들리라 여겼던 것이 대부분 유권자들의 속마음이었다.
그런데 물가는 계속 올라 장보기가 겁나는 판인데 지난주에는 주식시장마저 폭삭 주저앉았다. 다우존스, S&P 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근년 보기 드물게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그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마저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니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는 정치가 해결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과제이다. 수천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논어 안연편을 보면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공자의 답은 간단하다. 넉넉한 양식, 충분한 병력, 백성들의 신뢰, 즉 족식족병민신(足食足兵民信)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경제, 안보, 신뢰, 이들 세 가지 중 끝까지 지켜야 할 것으로 공자는 신뢰를 꼽았다.
그로부터 2,500여년이 지난 지금, 신뢰를 내세우기에는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신뢰보다는 이해가 앞선다. 득이 된다 싶으면 받아들이고 손해다 싶으면 등 돌리는 게 다반사이다.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의 관계도 다르지 않아서 이해에 따라 공약하고 이해에 따라 지지한다.
사생활 문제 많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며 말 뒤집기의 명수인 트럼프가 신뢰를 기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백인우월주의 그룹을 제외하다면, 대부분 유권자들은 그가 신뢰할 만한 지도자여서가 아니라 경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를 지지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집권하면 다른 나라와의 관계는 좀 어려워지겠지만 자국민들만큼은 잘 살게 챙겨 주리라는 기대이다. 인플레도 잡고 경기도 살려서 국민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하리라는 장밋빛 기대감인데, 집권 두 달이 되면서 분위기는 냉랭해지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경제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놓고 경기침체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씀씀이를 줄이고 가능한 한 충분히 비상자금을 마련해두라는 것이다. 경기침체 중에는 구조조정이 다반사, 매달 나오던 봉급이 갑자기 뚝 끊어지는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부부 맞벌이 가구라면 3개월 생활비, 1인 소득으로 사는 가구라면 6개월 생활비를 저축해두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달 그달 살기도 빠듯한 게 대부분 서민들의 삶이다.
한편 혹시 비축해둔 자금이 있다면 불경기 때야 말로 통 큰 투자를 해볼 만한 적기이다. 주택이나 자동차 등의 가격이 내릴 테니 주판알을 튕겨볼만하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다. 앞날이 불확실하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그 허리띠를 언제나 풀 수 있을 건지, 그런 날이 오기는 할 건지…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찾아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