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41조원·’공화당 민감품목’ 정조준…2단계 걸쳐 관세 부과
▶ EU 수장 “미국과 협상 열려”…영국은 일단 보복 유보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의 '관세 전쟁'이 전면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을 겨냥한 관세를 발효하자 단일 국가를 넘어선 경제권역인 유럽연합(EU)이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내달부터 두 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의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가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0시 1분 발효된 데 따른 대응이다.
내달 1일 자동 시행되는 EU의 보복 관세 1단계 조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당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도입했다가 2021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취임 이후 중단한 '재균형 조처'다.
이 조처에 따르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 제품 총 80억 유로(약 12조원) 상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추가 관세율은 품목별로 10∼50%에 달한다.
4월 13일부터 적용되는 2단계 조처는 총 180억 유로(약 28조원) 상당의 '미 공화당 민감품목'이 표적이다.
관세 인상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텃밭인 루이지애나주(州) 주력 수출 품목인 대두를 비롯해 캔자스, 네브래스카주의 소고기와 가금류 제품 등이다.
적용 품목은 EU 회원국의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EU 27개국의 무역 정책 집행 권한은 전적으로 집행위에 있다.
특히 EU가 예고한 대책은 트럼프 1기 당시 맞대응보다 훨씬 더 광범위해 미국에도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 단일 시장 중 하나인 EU가 미국에 맞서 '전면전'에 나서면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잖을 전망이다.
EU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보복 조처에 대해 "강력하면서도 미국의 새 철강관세가 EU 제품에 미치는 액수에 비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국산을 대체할 수 있어 EU 역내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품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EU는 보복 관세를 즉각 시행하지 않고 4월로 예고해 협상의 문을 열어 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국 철강 관세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협상에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에게 대미 협상 전권을 위임했다고 덧붙였다.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제임스 머리 재무부 부장관은 타임스 라디오에 "(영국이) 보복할 권리를 비축하고 있다. 즉각적인 보복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너선 레이놀즈 영국 상무장관은 "미국과 추가 관세 제거하는 더 광범위한 경제 협정을 위해 신속히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각국은 앞으로 관세 전쟁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며 자국 사정에 맞는 대응책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부터 유럽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직면한 각국 지도자가 맞불을 놓았을 때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 캐나다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에 25% 수출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맞대응하자 수출세를 철회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를 궁지로 몰아가는)'벼랑 끝 전술'이 성과를 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 멕시코가 즉각적인 관세 보복을 하지는 않으면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미국의 관세를 유예받는 '실리'를 챙긴 것과 대조적이다.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 주지사가 전기 수출세 발표 이후 곧바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등 캐나다 역시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