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행 위해 남부 정글 통과해 북상하는 사례는 99% 대폭 감소

9일(현지시간) 파나마 내 임시 거처로 이동하는 美추방 불법 이민자[로이터]
중남미 불법이민자들의 미국행이 막히면서 그동안 이민자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던 파나마에서 미국을 향해 '북상'하는 이민자보다 미국행을 포기하고 '남하'하는 이들의 숫자가 더 많아지는 역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나마 이민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파나마 남부의 다리엔 갭을 건너서 북상하려다가 당국에 의해 적발된 이민자 수는 2천63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만2천294명보다 7만명 가까이 줄어든(-96%) 수치다.
다리엔 갭을 건너다 적발된 이들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아이티 등 중남미 지역 출신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나마 이민청은 확인했다.
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99% 급감한 408명으로, 이는 팬데믹으로 사실상 국경을 완전히 폐쇄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파나마 이민청은 이 같은 이주민 흐름 감소 원인으로 "정글 내 도보 경로 폐쇄 및 국경 보안 강화, 불법 입국자에 대한 벌금 부과 홍보, 최근 몇 달간의 우기 영향 등"을 꼽았다.
다리엔 갭은 늪지대와 밀림 등 사람의 이동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지형인 데다 독거미와 독사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수년 전부터 미국행 이민자들이 걸어서 중미 지역으로 북상하는 핵심 통로로 여겨졌으나, 지난해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 취임 이후 이어진 차단 정책으로 이민자 흐름이 감소세에 있다.
또 파나마 정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강제 추방 비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주민 억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물리노 정부는 자국 출신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쫓겨난 제3국 이민자들 역시 임시 거처에 머물도록 한 뒤 일정 기간 안에 모국 또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도록 조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부 코스타리카 쪽 국경에서 파나마로 들어오는 '남하' 불법 이주민 숫자가 최근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2월에 북부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는 2천369명인데, 이는 남부 국경에서 붙잡힌 규모와 근소한 차이다.
현지 일간 라프렌사는 남부 국경에서의 적발 건수 감소세를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선 북부 국경 적발 건수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부 국경에서 남쪽으로 이동한 이들은 대부분 베네수엘라 출신이라고 파나마 당국은 부연했다.
프랑크 아브레고 파나마 안보부 장관은 라프렌사 인터뷰에서 "코스타리카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양국 국경 근처 캠프에 이주민들을 일단 수용하고 있다"며 "이후 건강 검진을 거쳐 남쪽 다리엔 갭 쪽으로 이동시킨 뒤 적법한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 정부로선 이런 현상을 대미(對美) 협상 과정에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이후 '파나마 운하 환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나마 물리노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는 영원히 파나마 국민의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이민자 억제 등 미국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