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간 경멸·조롱 격화…관세 유예→추가 급변 배경 주목
▶ 보수-진보 서로 다른 성향…트럼프 1기 때도 사사건건 충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간 통화가 욕설까지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이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목재와 낙농제품에 대한 보복성 관세를 예고하면서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두 정상이 서로 경멸하는 모습이 무역 전쟁에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 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인 지난 5일 트뤼도 총리와 50분간 통화했다.
시작은 우호적이었지만 분위기는 급변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곧바로 논쟁적으로 바뀌었고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에 관해 '다소 우호적'이었다고 했고 트뤼도 총리는 '다채로웠다'라고 평했지만 WSJ은 실상은 서로에 대한 혐오감이 폭발한 순간이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여러 면에서 서로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8세에 억만장자로 안보와 기후 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뒤틀고 이민자에게도 문을 닫은 보수 성향이다.
53세인 트뤼도 총리는 전직 총리의 아들로 다양성과 이민 등 트럼프 대통령이 경멸하는 정책에 집중하는 진보의 아이콘이다.
서로 다른 배경만큼이나 두사람의 관계는 처음부터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1기 때 상무장관을 지내며 두 정상 간 교류를 옆에서 지켜봤던 윌버 로스는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둘의 관계가 결코 좋았던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두 정상 간 관계는 2018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더 악화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동했는데, 가는 도중에 미국의 관세를 비판하면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는 트뤼도 총리의 기자회견을 접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관세 전쟁에서 강대강 전략을 취하고 있는 트뤼도 총리의 '트럼프 접근법'이 1기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곧바로 트뤼도 총리가 "매우 부정직하고 약하다"는 트윗을 날렸다.
집권 2기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는 둥 조롱성 발언을 하며 트뤼도 총리의 신경을 긁었다.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을 찾아 설득하는 모양새를 취했던 트뤼도 총리도 조롱이 계속되자 참지 않았다.
보복 관세 조치를 꺼내 들며 맞불을 놓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라는 이름으로만 부르며 응수했다.
트뤼도 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8년 넘게 '도널드'와 대화하고 함께 일해왔다"며 "종종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있었지만, 건설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대통령의 이름만 부르는 무례를 범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의 공격적인 접근법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로스 전 장관은 "나는 트뤼도가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는 데 가장 효과가 없는 방법은 그를 협박하는 것으로, 그런 건 효과가 없다"고 했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트뤼도 총리의 어조가 '합병'을 운운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하면 신중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플라비오 볼페 캐나다 자동차부품 제조업 협회 회장은 "공격적이라는 것은 '당신 나라를 합병하겠다'는 말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WSJ은 트뤼도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가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정책에 있어 캐나다를 계속 지목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캐나다가 목재와 낙농 제품에서 우리를 갈취해왔다"며 이날 또는 내주 초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