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민간 탐사선 3번째 달 착륙… “달 표면에 똑바로 서진 못한듯”

2025-03-06 (목) 11:04:39
크게 작게

▶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아테나’ 착륙 후 데이터 전송에 문제 발생

▶ 1년 전 착륙 중 넘어진 ‘오디세우스’ 이후 또 완전한 성공 실패
▶ 달 남극서 NASA의 물·얼음 탐사 장비 시연도 불투명

美민간 탐사선 3번째 달 착륙… “달 표면에 똑바로 서진 못한듯”

지난달 26일 발사된 달 착륙선 ‘아테나’[로이터]

미국 민간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두 번째 무인 달 탐사선이 달 표면에 착륙했지만, 계획대로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무인 달 탐사선 '아테나'(노바-C)는 6일 낮 12시 31분(미 동부시간) 달 남극에서 약 160㎞ 떨어진 고원 '몬스 무턴'(Mons Mouton) 지역에 착륙을 시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온라인 중계 방송에서 달 착륙 과정을 시뮬레이션 이미지로 보여줬고, 달 표면을 향한 아테나의 하강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달에 착륙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이후 아테나의 데이터 전송이 한동안 끊기면서 지상 관제팀이 기체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고, 인튜이티브 머신스 측은 20분이 지난 뒤 "아테나는 달 표면에 있다. 우리는 기체의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약 3시간이 지나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알테무스는 "아테나가 달 표면에서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아테나가 계획한 대로 표면에 똑바르게 직립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알테무스 CEO는 기체의 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연소실 내부의 압력 등 일부 지표를 통해 이런 잠정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기체의 자세가 정확히 어떤지 말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며 달 궤도의 정찰 위성 카메라에서 촬영한 사진 등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며칠 내에 아테나의 상태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테나의 착륙 지점에 대해서는 "의도한 착륙 지점 부근에 있다"며 "우리는 아테나가 목표 지점으로 향하는 올바른 궤도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착륙 지점은 인류의 역대 달 탐사 시도 중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아테나는 높이 4.8m, 선체 직경 1.6m 크기의 무인 우주선으로, 착륙을 위한 다리 6개가 달려 있다.

이 우주선은 지난달 26일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NASA와 계약해 두 번째로 수행한 이번 달 착륙 임무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NASA는 달 탐사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민간 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개발하는 방식이 더 저렴하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2018년부터 CLPS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NASA와 CLPS 계약을 맺은 여러 기업 중 애스트로보틱이 지난해 1월 처음으로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우주로 발사했다가 실패했고,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작년 2월 아테나와 같은 기종의 우주선 '오디세우스'를 달 남극 인근 지점에 착륙시키는 데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오디세우스는 '달에 착륙한 최초의 민간 우주선'이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표면에 착지하는 과정에 충격으로 한쪽 다리가 부러지면서 옆으로 누운 상태가 돼 태양광 충전과 데이터 전송 등에 문제를 겪다가 수명이 단축됐다.

이후 NASA와 계약한 또 다른 업체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5일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를 발사한 뒤 지난 2일 달 앞면의 북동쪽 사분면에 있는 큰 분지 '마레 크리시엄'(Mare Crisium·위난의 바다)에 착륙시키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블루 고스트는 높이 2m, 가로·세로 각 3.5m로,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에 비해서는 키가 절반도 안 되는 땅딸한 모형이다.

블루 고스트의 착륙선에 비해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착륙선은 무게 중심이 높아 작은 충격에도 넘어지기 쉬운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에 대해 알테무스 CEO는 우주선의 탑재체들로 인해 무게 중심이 실제로는 그리 높지 않고, 무게 중심이 착륙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자사의 착륙선 설계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두 번째 달 착륙선인 아테나에는 NASA의 '극지 자원 빙하 채굴 실험'(Polar Resources Ice Mining Experiment 1, PRIME-1) 기기 등 달의 물과 얼음 존재 여부를 탐사하는 장비들이 실려 있다.

PRIME-1은 드릴과 질량분석기가 합체된 장비로, 지표면을 뚫고 지하 1m 깊이까지 토양을 파내 채취한 뒤 그 성분을 분석해 자료를 전송하도록 설계됐다.

또 다른 장비인 드론·로봇 '마이크로-노바 호퍼'(별칭 그레이스)는 달 표면 위를 날아다니며 달 남극의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 물의 얼음이 있는지 탐사하도록 만들어졌다.

달 남극의 분화구 내부는 인류가 한 번도 도달한 적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태양 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어서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아울러 일본 벤처기업 '다이몬'이 개발한 초소형 달 탐사차 '야오키'도 아테나에 실려 있다. 길이 15㎝, 높이 10㎝, 무게 498g인 이 작은 기기는 달 표면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테나의 직립 착륙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 장비들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연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진다.

이에 대해 NASA 책임자는 아테나가 완벽하게 똑바로 서 있지 않더라도 드릴이 포함된 PRIME-1 등이 해당 범위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주가는 이날 전장보다 20% 급락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