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스 “여러 업계서 면제 요청”…농무장관, 예외 인정 가능성에 “희망적”
▶ 캐나다, 상황 변화 주시… “타협 없다” 입장서 협상 여지 열어둬

2025년 2월 19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항만에서 신품 자동차들이 탁송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다음날인 5일 자국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자동차 분야의 관세를 1개월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농업 분야를 비롯해 업계마다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유예 등을 호소하는 가운데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 내 타격을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캐나다로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조치를 4일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로 3국 국경을 넘나들며 공급망을 운영해 오던 미국의 자동차업체들은 25% 관세부과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무관세 유지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미국에서 '빅3' 자동차업체로 불려 온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옛 크라이슬러 인수)는 이번 관세 1개월 면제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포드는 성명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건강하고 솔직한 대화를 계속해 우리 업계와 미국 제조업을 위해 밝은 미래를 이루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성명서에서 "GM과 같은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경쟁하고 국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스텔란티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미국의 자동차산업 부문이 번창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칭송했다.
자동차 분야에 대한 이번 관세 유보 조치는 한시적인 것이며, 4월 2일 발효 예정인 '상호 관세'에는 면제나 유보가 적용되지 않는다.
AP통신은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에 이득을 준다고 보고 있지만,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그의 계획 탓에 동맹국들과 사이가 벌어졌으며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불안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분야 관세 유보 조치가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이라며 "시행된지 며칠밖에 안 된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로 경제적·정치적 문제가 발생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가 끈질긴 로비로 관세 유보 조치를 얻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다른 분야 업계들도 잇달아 유사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여러 분야 업계들이 관세 부과 면제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관세 부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농업 부문이 다음 예외 인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입 비료 등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농업의 경쟁력이 현격히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화당이 우세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은 블룸버그통신에 "모든 것이 논의 대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농업 분야를 위한 예외 인정 조치를 해 줄 가능성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롤린스 장관은 이날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뒤 예외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 비료를 꼽으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지도력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콩, 돼지고기, 소고기 등 농산물에 대해 대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산 상품 1천70억 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캐나다는 표면적으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지만 자동차 분야에 대한 한달 관세 면제 조치가 발표된 후 협상 여지도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전면 철회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남겨둔다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보복관세를 해제하지 않고 유지할 방침이라고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AP통신에 밝혔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재무부 장관은 "중간에서 만나서 관세를 조금 낮추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캐나다는 관세 철폐를 원한다"고 캐나다방송(CBC)에 말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부 장관은 "이런 사이코드라마를 30일마다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달 면제 조치 발표 이후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관세를 철회한다면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낮출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멕시코는 오는 9일에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