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오해 바로잡을 정상도 없다… ‘주한미군까지 건드나’ 우려

2025-03-05 (수) 10: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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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회연설서 한국 관련 관세·동맹에서 그릇된 인식…이대로면 對한국 압박 불보듯

▶ 각국은 정상이 나서 설득하는데…대행체제 한국은 통화도 못해

트럼프 오해 바로잡을 정상도 없다… ‘주한미군까지 건드나’ 우려

미 의회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을 대외관계에서 손해를 보는 국가로 지목, 향후 관세와 방위비 등에서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관련, 사실과 다른 관세 수치를 제시하고 막대한 주한미군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는 한국에게 마치 일방적으로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오해를 바로잡을 최적의 수단인 정상외교는 사실상 마비 상태여서 외교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의회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면서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라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근거 없이 '4배'라는 수치를 내민 것이다.

현행 10%인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FTA 초기 단계 미국이 일부 품목에 부과했던 2.5% 관세를 비교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역시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군사적 지원' 부분도 한국이 매년 막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고,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 측의 전략적 필요에 의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언급으로 여겨진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부담금은 약 1조4천9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 발언을 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관세'와 '안보'라는 무기를 휘두르며 전 세계에 파장을 몰고 오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하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무역 적자액 8위에 해당해 대미 관세 부과 여부와 무관하게 트럼프 정부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구체화하지 않고 있지만 안보에 대한 청구서도 날아올 수 있다.


한미는 트럼프 정부 출범 전에 2026∼2030년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이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조정 카드로 압박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거래주의적 세계관을 노골화하며 전통적 동맹관계에 구애받지 않으리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육군 병력을 줄이고 순환 배치가 수월한 공군·해군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주한미군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처럼 다급하지만 한국은 권한대행 체제인 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기회조차 잡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각국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모두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는 일단 주미대사관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소통하며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 사안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도 대응 방안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유준구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벌써 자의적으로 해석한 수치를 내미는 것을 보면 본격적인 협상에서 우리가 큰 부담을 느낄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유 위원은 그러면서도 "미국이 초반에는 강하게 나오겠지만 이후 숫자를 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세밀한 물밑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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