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9)

2025-02-27 (목) 02:54:38 이근혁 패사디나, MD
크게 작게
미국에는 사냥철이 있다. 미국인에게 사냥은 전통적인 야외활동이자 스포츠로 여겨진다. 미국개척시대부터 사냥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지금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의 사냥철은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시기, 무기,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의 종류와 개체 수 제한이 다르지만 보통 11월 추수감사절을 기준으로 사냥을 시작한다. 야생동물 보호도 엄격하여 허가 없이 아무 때나 잡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지만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과거에는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포획과 밀렵으로 인해 호랑이나 곰 같은 맹수들은 거의 사라졌다. 현재는 일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지정된 지역에서 오리나 꿩을 엽총으로 사냥하는 정도에 그친다.


과거에 웨스트버지니아에  아는 미국사람이 있어서 곰 사냥 하는 것을 구경한 적이 있다. 버지니아 곰은 검은 곰으로 사납지 않다. 300파운드가 최고 크다. 나무 위에 조그만 원두막을 만들어서 숨죽이고 기다리다가 가까이 오는 곰을 잡는 게 보통 사냥꾼들이 하는 사냥이지만 West virginia 시골 동네 사람들이 사냥 시작하는 날은 새벽에 마을 애들부터 노인들이 다 나와서 곰을 잡는데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였다.

동이 트자마자 온 동네 사람이 모두 모여서 산을 정해놓고 훑어가는데 정해진 다른 쪽 산 꼭대기에서 여자들이 개목에 연결하는 기계장치로 그곳으로 오게끔 유도를 하고 젊은 사람들은 앞서가는 개를 쫓아가고 개가 짐승 냄새를 맡고 산을 가로질러 가며 짐승을 쫓으면 곰은 굵지도 않은 나뭇가지 위로 피해 올라간다. 개들은 그 밑에서 짖어대고 개짓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총 갖고 젊은 사람들이 나무에 몰아 놓은 곰을 밑에서 쏘면 떨어진다.

산 계곡에서 잡히기 때문에 300파운드 나가는 곰을 노인이 계곡을 오르내리는 납작한 특수차량에 밧줄을 갖고 가서 싣고 올라온다. 애나 노인이나 각자 역할이 있다. 그렇게 해서 작은 산 하나에서 대충 대여섯 마리 잡히는데 마치 전쟁 같았다. 생계 목적이 아니라 마을 전통이나 오락의 의미가 더 컸다.

사슴은 사냥해서 집집마다 차고에 매달아 놓고 사계절 먹는다. 앞다리 뼈를 삶아서 먹으면 관절에 좋다고 해서 앞다리 뼈만 이집저집 차고에 가서 버리는 걸 모아다가 장모님한테 드렸는데 지금은 내가 필요해서 구하고 싶은데 너무 자주 불법으로 잡는 사슴을 구하는 바람에 그곳 일하는 곳에서 해직되어서인지 어디로 갔는지 연락이 안 된다. 가끔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군대생활을 한 사람들은 훈련 중에 뱀을 잡아 먹은 경험이 많다. 폐와 정력에 좋다고 뱀탕집이 많았다. 미국사람은 뱀 고기를 안 먹는 줄 알았는데 애리조나 같은 지역에서는 뱀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출장 갈 때마다 꼭 먹고 오는 친구가 있었다.

한국에서 먹어 볼 수 없는 악어고기나 사슴고기 등 지역에서 잡히는 야생고기를 공공연히 팔 수는 없으나 구할 수 있다. 나라가 넓어서 어느 곳에서 뭘 하는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내 나라보다는 훨씬 다양하게 야생동물을 접할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식용으로 삼는 것은 절대 용납 되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법과 윤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근혁 패사디나, 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