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 공관 정상화…경제·국제문제 소통 재개 합의”
▶ “푸틴·트럼프, 다음 주 회담 가능성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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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로이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표단과 '유용한 협상'을 했다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타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약 4시간 30분에 걸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등 미 대표단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대화는 매우 유익했다. 양측이 진심으로 서로를 경청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측이 우리의 입장을 더 잘 이해했다고 믿을 이유가 있다"며 이날 회담을 통해 러시아 측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연방의 이익과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현 상황의 주요인 중 하나라고 분명히 말한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우크라이나에 나토 회원국의 군이 배치되는 것은 그들이 어떤 국기를 달고 있더라도 러시아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에선 종전 뒤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러 관계 개선 문제와 관련,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미국이 각국 주재 대사관 운영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주미 러시아대사와 주러시아 미국대사가 신속히 임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교 공관 활동을 정상화하기 위한 차관급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호혜적인 경제 협력 발전을 막는 인위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에 대한 강한 관심이 있었다"며 미국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양국 관계를 촉진하려는 완전한 의지와 명확한 태도를 보였다"며 양국이 전면적인 협력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 분위기가 긍정적이었다며 "루비오 장관은 국제 관계에서 각국이 국익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이 휴전-우크라이나 선거-최종 합의로 이어지는 3단계 평화 계획이 논의된다는 보도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 측에 문의했을 때 그들은 그것이 '가짜'라고 했다"며 일축했다.
또 이날 미국 측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모라토리엄)을 제안했다고 전한 뒤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크로포트킨스카야 원유 수송 시설을 공격한 것을 두고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신 차리도록 해야 할 때"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양국이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상호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 임명될 특사를 통해 이 분야 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라브로프 장관은 "대표가 임명되면 정기적인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부는 양국이 에너지, 우주탐사 등을 포함한 경제 협력을 재개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으며, 핵 강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소통 채널도 재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 참석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익을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러시아와 미국 모두 관심을 두는 양자관계를 촉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과 관련해선 "별도의 협상팀이 적절한 시기에 접촉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이 먼저 대표들을 임명하면 푸틴 대통령이 그 명단을 보고 러시아 대표들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 주에 정상회담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며 "특정 날짜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날 정상회담의 조건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