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시의원 명맥 이어나가야

2025-02-18 (화) 12:00:00 문태기 OC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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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와 LA 경계에 위치해 있는 세리토스 시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이었다. 이 도시 인근에 남가주 최대 한인 교회 중의 하나인 ‘은혜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가주 마켓’을 비롯해 4개의 대형 한인 마트들이 영업할 정도이었다.

그 당시 세리토스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한인 커뮤니티 정치력 신장’이라는 화두가 나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 지역 한인 인사들은 몇 년동안 부단하게 노력했다.

그 결과 조재길 씨가 3번의 도전 끝에 세리토스 시의원에 처음 당선(2007년) 되었다. 이후 조 씨는 재선(2011년)된 후 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2015년 시의원에서 물러난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인 시의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3월4일 실시되는 세리토스 시의원에는 10명의 후보들이 출마하고 있지만 한인 후보는 한명도 없다. 지난 몇 년동안 실시된 시의원 선거에 나선 한인 후보는 전무한 상태로 아예 도전마저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한인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고령화 되었고 부에나팍이나 풀러튼으로 이사하는 현상으로 인해서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라팔마 시도 세리토스와 비슷하다. OC에서 한인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의 하나인 라팔마는 지난 2010년 스티브 황보, 2012년 피터 김 씨가 시의원에 당선되어 2명의 시의원이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터 김 씨가 재선에 성공해 시장을 역임하고 2020년 시의원에서 퇴임한 후 한인 시의원의 명맥이 끊겼다. 아예 시의원에 도전하려는 한인 후보도 그동안 없다. 이대로 가면 세리토스 시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한인 시의원 배출이 힘들 가능성이 높다.

OC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어바인 시에서도 태미 김 씨(전 어바인 시의원)가 최근 시의원 보궐 선거 후보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세리토스와 라팔마 시의 전철을 밟아서 향후 몇 년동안은 시의원 배출이 힘든 상황에 처했다.

한인 1세 정치인인 강석희(전 어바인 시장), 최석호 씨(가주 상원의원)가 어바인 시의원, 시장을 번갈아 가면서 맡으면서 시에서의 한인들의 정치적인 위상이 상당히 높았다. 또 태미 김 씨가 바통을 이어 받으면서 무르 익었다.

어바인 시에서 한인 시의원들이 그동안 활동하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웬만한 사람들은 ‘어바인’이라는 도시를 알 정도로 톡톡히 홍보 효과도 거두었다. 덩달아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도 한국에 자연스럽게 소개되었다. 남가주를 방문하는 한국 지자체 관계자, 학생, 중소 기업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인 시장과 시의원이 있었던 어바인 시를 방문해서 견학하고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등 교류가 활발했다.


이와 같이 어바인 시는 오렌지카운티 한인커뮤니티로 보아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온 도시로 한인 1.5세와 2세들이 타 도시들에 비해서 많이 거주하고 있다.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어바인시에서의 한인 정치력이 중단되면 그 만큼 커뮤니티의 손실이다.

한인 인구와 비즈니스들이 꾸준히 늘어난 부에나팍 시에서는 조이스 안 시장, 풀러튼 시에서는 프레드 정 시장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프레드 정 시장은 시의원이나 시장에 비해서 관할 구역이 넓고 영향력이 강한 OC수퍼바이저 제4지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지구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당선 가능성이 있다.

각 도시의 시의원은 보다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징검다리인 만큼 명맥이 끊긴 세리토스, 라팔마, 어바인 시에서도 향후 한인 시의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 한인 커뮤니티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문태기 OC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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