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지표와 실물경제의 괴리감

2025-02-13 (목) 12:00:00 조환동 /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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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거의 한 달이 돼가지만 느낌으로는 한 1년은 된 것 같다. 1기 행정부의 경험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흔적을 지우고 지난 4년간 절치부심의 한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첫 주 100여개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선거운동 동안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 실현을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부과 등 무역전쟁에 본격 돌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한 달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중국을 상대로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상호관세 부과 계획도 발표했다. 상호관세는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 똑같은 비율의 관세로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로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물건을 구입하면서 주머니에서 조금 더 돈을 지출해야 한다. 기자 집에서 사용하는 그릇부터 망치, 의류 등 각종 생활용품을 확인해보니 여전히 미국에서 중국산 제품은 차고 넘친다.

사실 국제무역이라는 것이 더 잘 만들고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서로 수출, 수입하면서 각국 소비자들이 상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일부 국가들은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 세계 모든 국가의 수입과 수출 무역수지가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은 이상일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한 국가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복관세를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연방 상무부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9,184억달러로 전년 대비 1,335억달러(17%) 증가하며 역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 폭이 2,954억달러로 가장 컸다. 이어 유럽연합(2,356억달러), 멕시코(1,718억달러), 베트남(1,235억달러), 아일랜드(867억달러), 독일(848억달러), 대만(739억달러), 일본(685억달러) 순으로 적자 폭이 컸다. 한국은 660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9번째다.

그런데 트럼트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에 대한 언급은 없다. 트럼트 대통령의 논리대로 라면 미국은 이들 국가들의 제품을 더 수입해야 하고 관세를 오히려 내려야 한다.

기자를 비롯, 미국민들은 경제 지표와 실물 경제의 괴리감을 매일 실감한다.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고 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실물 경제 주머니 사정은 경제 지표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서민층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마켓에 갈 때 마다 실감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서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여전히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쇠고기 스테이크 대신 갉은 햄버거 고기로,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와 닭고기로 바꾸고 있다. 최근 조류독감 등으로 ‘금란’이 된 계란 소비도 줄이고 있다.

새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정하고 실현하려고 한다. 금연하고, 술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고 등등이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올해 새해에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실용적으로 살면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결심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치솟은 가격과 팁 부담에 외식을 줄이고 옷과 신발 구매, 여행까지 줄이겠다고 결심한다. 유선 전화와 케이블에 이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줄이고 있다.

이같은 허리띠 졸라매기로 가장 타격을 받은 업체는 세계 최대 커피체인인 스타벅스다. 최근 스타벅스를 가보면 알겠지만 고객이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커피 값으로 5~7달러를 지출하는 것이 부담되는 것이다. 스타벅스 매출은 지난 4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는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물가 상승으로 각종 지출은 늘고 수입은 정체되면서 많은 가정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지만 소비 감소는 결국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매출이 감소한 기업들은 고용을 중단하거나 줄일 것이고 이는 채용 감소, 소비 감소와 경제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 상호관세가 확대되면 소비자들은 음식과 생필품을 구입하면서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 신차 비용이 최고 3,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고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는 맥주와 콜라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 국제 무역을 통해 세계 경제는 얽혀있다. 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더 가난해지는 소비자들이 있을 뿐이다.

<조환동 /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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