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면제국 트럼프 1기보다 적을 것…국가 간 경쟁 훨씬 더 치열 예상”
▶ “트럼프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랑 협상하겠나…韓, 1기보다 협상상황 열악”
![[인터뷰] 여한구 “韓, 방산 협력·투자로 美에 철강 관세 면제 설득해야” [인터뷰] 여한구 “韓, 방산 협력·투자로 美에 철강 관세 면제 설득해야”](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2/11/20250211133823671.jpg)
발언하는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5% 철강관세 부과 발표와 관련,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때처럼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 받으려면 대미 투자와 방위산업 협력을 활용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통상 전문가가 제언했다.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에 미국과 협상해서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 선임위원은 한국 정부가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철강 관세를 협상할 때 주미대사관 상무관이었으며 2021∼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이 1기 때 부과했지만 한국 등 일부 우방국들에 대해선 그동안 면제했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를 복원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한국은 트럼프 1기 때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을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하는 대신 25% 관세를 면제받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 12일부터 쿼터를 폐기하고 한국산 철강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번 관세 부과에 예외는 없다고 했지만 호주에 대해서는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세 면제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 선임위원은 미국이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철강 제품들이 있어 "국가나 품목에 대한 관세 예외를 완전히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관세를 면제받는 국가가 집권 1기 때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의지가 남다른 데다 한국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주도적으로 협상하기가 힘들어 협상 여건이 트럼프 1기 때보다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여 선임위원은 "미국이 관심을 가질 투자나, 방산과 어떻게든 연계해서 우리도 예외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에 투자할 테니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한국산 철강은 관세 예외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 선임위원은 일본은 이미 미국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를 놓고 협상하고 있어 미국 철강산업에 대한 투자를 이유로 관세 면제를 허용받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예외를 없애겠다면서 호주에 대해서는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 미국에서 자체 공급이 안 되는 철강 제품들이 있기 때문에 국가나 품목에 대한 예외를 완전히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호주 철강은 미국 국방 분야에서 특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트럼프 1기 때도 그런 예외를 도입한 이유 중 하나가 미국에서 생산이 안 되는 제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면제를 받기에 나쁘지 않은 위치에 있다. 미국이 일본과 US스틸을 두고 커다란 합의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일본에 어떤 예외 같은 것을 인정해줄 수도 있다.
유럽연합(EU)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올 것 같은데 보복 관세로 완전히 맞대응할 수도 있다.
지금 여러 국가가 어떤 형태로 관세 해법을 찾을지는 각양각색일 텐데 이런 과정에서도 예외나 면제를 받기 위한 대미 로비는 계속될 것이다.
-- 한국이 수출하는 철강에도 미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이 있나.
▲ 호주처럼 국방에 사용되는 아주 특수한 철강이나 미국이 확실하게 생산하지 못하는 게 있으면 미국을 설득할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우리는 회색지대에 있다.
한국의 경우 전기차에 사용되는 고급 철강에 굉장한 경쟁 우위가 있고 한국 업체들은 이건 지금 한국밖에 못 만든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미국 업체들은 또 자기들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일본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보면 관세 대응에 사실 느긋했는데 그 이유가 일본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아주 특화된 고급형 철강이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그런 제품은 품목 예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EU처럼 보복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쿼터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지도 않았다.
일본은 이번에도 US스틸을 협상하면서 일본이 주력으로 수출하는 고급형 특수 철강은 예외로 해달라고 물밑에서 협상할 테고 예외를 받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본다.
-- 트럼프 1기 때는 각국이 어떻게든 미국과 협상하려고 하면서 미국 측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때 한국은 한미 FTA도 걸려 있어 협상을 비교적 빠르게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전망하나.
▲ 이번에는 아니다. 1기 때는 우리가 진짜 운이 좋았던 게 여러 국가가 서로 라이트하이저(당시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나 트럼프를 만나려고 하는 찰나에 우리는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라는 판이 벌어져 있었다.
그래서 거기에 철강을 협상 패키지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얹어서 같이 (협상)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1기 때는 미국이 질 좋은 한국 철강을 수입하면 미국 소비자와, 철강을 사용하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도 좋다는 일반적인 논리로 설득해도 어느 정도 통했는데 2기 행정부의 관세 강도를 고려하면 이번에는 어렵다.
1기 때처럼 공화당의 전통적인 정치인이나 군 장성들이 나서서 '한국은 동맹이다'라고 옹호하는 상황이 없지는 않겠지만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이 트럼프 측의 관심을 끌거나 그들의 핵심 이익에 부합하는 대안을 만들어서 제시해야 한다.
-- 한국이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 제시할 대안이 무엇이 있을까.
▲ 미국이 관심 가질 투자나, 방산과 어떻게든 연계해 우리도 예외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이 전투기나 군함을 만드는데 한국산 철강이 없으면 안 된다거나(하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조선업이 우리한테 좋은 열쇠가 될 수 있다. 일본처럼 지금 우리가 너희 철강 산업 살리려고 이렇게 일자리 창출하고 투자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철강 수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이나 방위산업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투자가 성공하려면 한국산 철강을 일부 수입할 수밖에 없으니 면제해달라고 할 수 있다.
-- 한국 정부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것도 협상에 영향을 미칠까.
▲ 물론이다. 지금 보면 트럼프는 호주 총리와 통화하면서 면제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한 달간)유예할 때도 다 대통령들 간 통화로 했다. 물론 밑에서 장관급들이 오가면서 합의 내용을 만들겠지만, 트럼프 본인이 화룡점정을 찍어야 한다. 이게 다 트럼프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한국 같은 경우 트럼프가 대통령 권한대행과 하겠나.
-- 면제받는 국가 숫자가 1기 때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그렇다. 산업 현실을 볼 때 예외나 면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국방(분야)이나 투자(사업) 같은 아주 한정된 부분에만 (면제를) 줄 가능성이 있다. 1기 때보다 국가 간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할 것이다.
-- 캐나다와 멕시코도 이미 협상 판이 벌어진 상태인데.
▲ 특히 캐나다의 경우 철강 산업이 미국과 통합 수준이 높다. 철강 노동조합도 미국과 캐나다가 한 노조로 통합됐다. 트럼프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때 미국 철강 노조가 나서서 미국 철강업계에 큰 피해를 준다고 말리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캐나다에 철강 관세 예외를 전혀 안 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도 예고했다.
▲ 1기 때 232조 관세 업무를 담당했던 상무부와 백악관 사람들이 1기 때 자동차도 25% 관세를 부과했어야 했다며 후회하더라. 트럼프 행정부가 232조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든 뭘 써서라도 국가 안보를 근거로 해서 자동차에도 조만간 25%나 상호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 상호관세가 한국에는 어떻게 적용될까.
▲ 우리가 한미 FTA 때문에 제조업은 100% 무관세라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낫다. 그런데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한 이야기를 보면 상호주의를 얘기하면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같이 보고 있다. 그리어가 한국의 플랫폼법 이야기도 했고 아직 한국에 규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안심할 상황은 아니고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같이 봐야 한다.
--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철강의 환적과 우회 수출을 우려한다.
▲ 미국이 중국 철강 제품에는 워낙 관세를 많이 때리다 보니 미국에 직접 들어오는 것(중국산 철강)은 없는데 중국의 값싼 철강이 한국, 일본, EU 등에서 범람하면서 철강 가격을 끌어내리고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인식이다.
트럼프 1기 때도 한국에 철강 문제를 제기하면서 항상 환적 이야기를 제일 먼저 꺼냈다. 그때 철강 232조 관세를 협상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철강을 수출할 때 중국산 원자재나 중간재는 안 쓴다는 점을 미국에 완전히 납득시키고 나서야 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중국산 철강이 여기저기 범람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우려가 사실인 측면도 있다.
-- 전임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트럼프처럼 다른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았다.
▲ 이제 중국만 때려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의 공급 과잉이 워낙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고 미국으로 유입되는 경로가 하나가 아니라 사방팔방에 있기 때문에 풍선처럼 한 군데를 찌르면 다른 쪽에서 빠져나오는 식이 되니까 자꾸 미국이 보편 관세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