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스인덱스 ‘상위 500대 기업 북미 지역 매출’ 분석
▶ “가격 경쟁력 잃어 수요 둔화 우려…기업들, 미 현지 생산 고려할 듯”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한국 주요 기업들의 매출이 20%가량 증가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북미에서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전기전자, 제약·바이오 분야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어 수요가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작년(1∼3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262조2천714억원)보다 19.5%(51조2천516억원) 증가한 313조5천23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조사 대상 기업의 전체 매출도 1천42조1천534억원에서 1천117조3천468억원으로 증가했으나,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2%에서 28.1%로 2.9%포인트 상승하며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IT·전기전자 분야 매출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 업종에서 지역별 매출을 공시한 12개 기업의 북미 실적은 2023년 3분기 누적 80조646억원에서 2024년 3분기 누적 114조2천517억원으로 42.7%(34조1천871억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증가율(26.1%)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 중인 SK하이닉스의 매출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3분기 누적 미국 매출액은 9조7천357억원(전체 매출의 45.4%)이었으나 2024년 3분기(누적)에는 27조3천58억원(전체 매출의 58.8%)으로 증가하며 3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전체 매출 중 미국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13.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미주 지역 매출이 68조2천784억원에서 84조6천771억원으로 24.0% 증가했고, 전력 수요 증가로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의 북미 매출도 각각 57.3%(2천795억원→4천397억원), 12.3%(6천843억원→7천687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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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 아이오닉 9 사진이 걸려있는 모습. 2024.11.22 [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자동차 업종 역시 북미 시장 매출이 증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1∼3분기) 북미에서 57조3천82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49조509억원) 대비 17%(8조3천317억원) 증가한 수치다.
기아도 같은 기간 43조7천245억원에서 48조9천473억원으로 12%(5조2천228억원) 매출이 상승했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글로벌 무역 난타전'으로 흐르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트럼프는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먼저 부과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고, 유럽연합(EU)을 타깃으로 한 '상호 관세' 부과 구상을 공개한 상태다.
아울러 세계 전 나라를 상대로 '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를 예고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가시권에 들었다는 분석이다.
만일 IT·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도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북미 매출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국적 관세가 붙으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수출이 줄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이) 미국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는 고민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