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춘추] 북클럽

2025-02-0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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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음 북클럽 모임 날짜가 다가온다. 얼마 전에 모인 것 같은데 벌써 한 주가 지났나 보다. 부랴부랴 이북 어플을 켜서 미리 구매해 둔 이번 책을 읽어 내려간다. 아이들 등하원 길에는 오디오북을 틀어 귀로 책을 읽는다. 그렇게라도 해야 2주 내로 책 한 권을 끝낼 수 있다.

우리 북클럽에 가입하여 활동한 지 벌써 8년 차가 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한 클럽으로 직업도 연령대도 다양하다. 처녀 때 가입한 북클럽이었는데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그 사이 많은 책을 함께 읽었다. 혼자서는 읽을 엄두가 나지 않던 책도 북클럽 지정도서가 되면 어떻게든 읽어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소설을 좋아하는 내가 북클럽을 하며 비소설 부문의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나라면 절대 골라 읽지 않을 책들을 보며 책의 지평을 넓히고 가끔 예상치 못한 심장을 때리는 문장을 만나기도 한다.

그동안 북클럽 안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려운 책이 걸리면 지레 포기하고 가지 못한 날도 있었고 북클럽을 하며 만난 책이 인생의 책이 되기도 했다. 북클럽으로 좋은 친구들도 만났다. 서로의 대소사를 축하해 주고 연말에는 송년회를 열어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고 나누며 책선물도 한다. 근교로 MT도 간다. 중간에 코로나로 모임의 위기도 찾아왔으나 코로나 기간에는 줌으로 운영하며 지금까지 열심히 함께 책 읽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챗의 특성상 불특정다수가 북클럽에 들어올 수 있는데 한 번은 이단이 포교 활동을 위해 들어오기도 했다. 물론 꾐에 넘어가지 않고 우리는 아직까지 북클럽을 잘 이어 가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연구기관의 관련 논문에서 보니 문해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은 독서 토론의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고 타인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은 책 한 권을 그냥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경험이 된다. 이렇게 함께 나눈 책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라도 꾸준히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올해의 다짐 중 하나가 편식하지 않고 여러 책을 두루두루 읽는 것이니 이번 모임도 빠지지 않고 지정책을 완독 하여 나가야겠다. 매번 벼락치기로 겨우 책을 읽어 나가고 있지만 아직 강퇴당하지 않고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올해 남은 25권의 책들을 잘 읽고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함께 길 찾기에 좋은 동지가 되어준 책과 생각을 나누는 공간 북클럽의 친구들과 클럽장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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