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네타냐후 회담서 논의 예정…美, 반대하는 아랍국 설득 노력
▶ “요르단·이집트 등에 이주 지역 조성해야…중동에 돈 댈 사람 충분”
이스라엘 공습으로 초토화된 가자지구[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가자지구 주민 이주 방안에 대해 "난 그들이, 좋고 새로우며 아름다운 부지(piece of land)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 땅을 재건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을 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가 그간 전쟁으로 파괴됐다면서 "그들이 어떻게 (가자에) 잔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곳은 철거 지역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적절한 부지나 여러 부지를 찾아 많은 돈으로 정말 괜찮은 장소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 난 그게 (주민들이) 수십년간 죽음을 경험한 가자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르단이나 이집트 등에 이주 지역을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이 낼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난 지역에 돈을 댈 사람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요르단과 이집트가 이주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지적에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에서 추방된 자국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으나 결국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강제 이주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들이 가자에 있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그들이 선택지가 있었다면 가자를 떠나는 것을 매우 좋아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도 이날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휴전안의 3단계에서 가자지구 재건에 걸리는 기간을 5년으로 상정했다면서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위트코프 특사는 가자지구 곳곳에 불발탄이 있고, 건물들이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데다 수도, 전기, 가스 등의 서비스가 끊겨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들이 5년 뒤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건 그냥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부터 교전을 멈추고 생존 인질 3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천904명을 교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6주간의 휴전 1단계에 들어갔다.
미국을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휴전 다음 단계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2단계에서 모든 인질 송환과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를 협상하고, 이후 3단계에서는 영구 휴전과 가자지구 재건 등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세부 내용까지 합의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 아랍국가로 이주시킨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주민 강제 이주에 반대해온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완전히 다른 접근이라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주에 반대하며, 주변 아랍 국가들도 이들을 수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5개 아랍국가 외무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어디로 갈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역내 몇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에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집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왈츠 보좌관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내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고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