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인플레’ 거치며 확산
▶ 번영 신학 강조 목사는 소수
많은 개신교 목사가 번영 신학에 동의하지 않지만, 일반 교인 중에서는 번영 신학을 받아들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개신교 목사와 교인 번영 신학에 관한 생각이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영 신학은 하나님이 교인의 신앙과 행동을 통해 물질적 부와 건강을 약속한다는 신학적 개념으로 기복 신앙이라고도 불린다. 이 같은 번영 신학을 강조하는 목사는 드문 반면 번영 신학을 추종하는 개신교인이 여전히 줄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계 여론조사기관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작년 9월 설문 조사를 통해 개신교 목사 1,003명을 대상으로 번영 신학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번영 신학과 관련, ‘하나님으로부터 물질적 축복을 받기 위해서 하나님을 위해 반드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라는 첫 번째 질문에 동의하는 목사는 약 8%에 불과했고 약 90% 목사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의하지 않는 목사 중 74%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번영 신학을 강하게 부정했다.
‘교회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하나님이 대가로 물질적 축복을 허락한다’라는 질문에 동의하는 목사 역시 소수였고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나님은 교인이 재정적으로 부유해지기를 바란다는 생각에도 약 59%에 해당하는 목사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해 번영 신학을 지지하는 개신교 목사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반 교인 사이에서 번영 신학은 코로나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을 거치며 빠르게 확산한 바 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2017년 이후 5년 만인 2022년 약 1,000명의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번영 신학 실태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조사에 의하면 번영 신학을 믿는 개신교인이 많이 늘어난 가운데 젊은 교인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님은 내가 재정적으로 번영하기를 원하신다’라고 믿는 개신교인은 2017년 69%에서 2022년 76%로 늘었고, ‘교회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고 교회에서 가르친다’라는 개신교인도 같은 기간 38%에서 52%로 급증했다. 또 ‘물질 축복을 받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교인 역시 26%에서 45%로 큰 폭으로 늘었다.
스콧 맥커넬 라이프웨이 리서치 디렉터는 “목사와 교인 사이에 번영 신학에 관한 생각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목사들이 번영 신학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교인들에게 가르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하며 ““90%가 넘는 목사들은 하나님의 축복이 교인의 행동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성과 중심 문화에 영향을 받은 교인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신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출석 교인 수 250명 이상 대형 교회 목사, 흑인계 목사, 오순절 교단 목사 중 번영 신학을 지지하는 비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맥커넬 디렉터는 “하나님의 축복과 번영을 강조하는 목사들이 일부 교단에서 널리 호소력을 얻고 있다”라며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의 기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번영 신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