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캐나다 국경통제강화 약속받으며 시행 전날 전격 “한달 유예”
▶ 대중국 관세는 일단 발효…中 ‘보복관세’ 예고일인 10일이 분수령
▶ ‘관세 무기화’·’상대 극한 압박해 목적 달성’ 등 집권 2기 기조 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광풍'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4일 시행키로 예고한 멕시코·캐나다·중국 등 3개국 대상 관세 중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기로 3일 전격 발표한 반면 대중국 관세는 '반전' 없이 4일 0시1분을 기해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앞마당'에 해당하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는 거친 관세 압박으로 일단 불법이민과 마약 단속 면에서 양보를 받아냈지만 중국과는 일단 강대강으로 맞선 형국이다.
◇트럼프, 대미 경제의존도 큰 멕시코·加 압박해 국경·마약문제 양보 얻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소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멕시코가 멕시코-미국 국경에 1만명의 군병력을 즉시 보내기로 했다면서 대(對)멕시코 25% 전면 관세를 한 달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오후 통화 결과를 공개하면서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對)캐나다 관세 부과의 1개월 유예를 각각 발표했다.
대신 캐나다는 미국-캐나다 국경 강화에 13억 달러를 투입하고 인력 1만명을 배치키로 하는 한편, 합성 마약류인 펜타닐 문제를 전담하는 '차르'를 임명하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키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캐나다 및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결정했다면서 이들 3국에 대한 실제 관세 부과는 4일부터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유예 결정과 관련, 크게 두 갈래의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관세 부과 결정이 애초부터 집행 의지보다는 '극한의 압박' 의미가 더 컸다는 분석과, 부과 결정 이후 제기된 글로벌 관세전쟁에 따른 미국 경제 타격 및 국내 물가인상 등 각종 우려 요인들에 대비할 시간을 벌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유예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충격과 압박 전술'에 따른 것일 수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작년 11월25일, 중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에 대한 관세를 처음 예고했을 때와, 1일 관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 모두 불법 이민자와 마약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역을 포함한 국제경제 관련 목표가 아닌, 국경안보와 마약 단속 목표를 위해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트럼프가 멕시코, 캐나다로부터 국경 단속 강화 조치를 약속받고서 관세 유예를 결정한 것은 애초부터 관세 부과 자체가 본질적 목적은 아니었다는 일각의 분석에 힘을 싣는다.
관세라는 거대한 압박 수단을 활용해 미국의 중대한 사회 문제 해결에서 협조를 받으려는 구상이었고, 결국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잠정 판단하에 관세 부과를 유예한 것일 수 있는 것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자국 국가경제에서 대미 무역 의존도가 절대적이기에 관세 카드를 둘러싼 협상은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출혈이 수반되는 관세 카드를 쓰지도 않은 채 원하는 바를 얻은 양상이다.
판을 크게 흔들어 상대국을 충격에 빠트린 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의 '충격과 공포' 전술이 집권 2기 때도 유효할 것임을 예고한 것일 수 있는 셈이다.
또 관세 상대국들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항전' 의지를 보이고, 미국 다수 언론이 부정적 결과를 예상하는 상황이 일시적 유예 결정으로 연결됐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관세 전쟁'을 좀 더 정교하게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멕시코의 국경 관련 협조를 명분 삼아 '전술적 후퇴'를 결정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맞불관세' 예고하면서 2차 무역전쟁 기로
그러나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멕시코, 캐나다처럼 트럼프의 압박에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3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24시간 안에 통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트럼프가 예고한 대중국 10% 관세가 발효된 4일 0시1분까지 미중정상 통화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중국은 석유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를 각각 추가로 부과하기로 하는 등 '맞불 조치'를 발표했고, 미국의 관세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일단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는 미국의 '관세 태풍'을 일단 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타협'을 택했다면 중국은 어차피 언젠가는 치러야할 '전투'라는 판단 하에 미리 준비한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중국이 중국산 펜타닐 원료의 대미 밀수출 단속 강화 조치 등을 약속하면 자신은 관세를 유예하는 그림을 그렸을 수 있으나 일단은 중국은 4일 0시 시한까지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보름만에 미중간에는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처럼 타협을 택하지 않을 경우 관세율을 더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보복성 관세의 부과 시기를 10일로 설정한만큼 미중간에 물밑 협상을 통해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반전의 드라마를 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
양국이 상호 관세 부과를 피하면서 트럼프 집권 1기때에 이은 또 한차례의 대규모 무역합의 도출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중국과 무역갈등을 겪으면서 2천200여 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무더기로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전쟁'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후 양국은 2020년 초 1단계 무역 합의를 도출해 549개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 관세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농산물 등 2천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물품을 사들이기로 했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더 공정한 무역 관행을 만드는 합의를 시 주석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할 수 있다"면서 "우리에겐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관세의 무기화'…트럼프발 경제강압에 지구촌 우려 커질듯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직후부터 닥친 미중간 관세 전쟁이 봉합될지 여부와 관계없이 관세를 '절대반지'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이미 현실로 구현되며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감세 기조 이행에 따를 세수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삼아 외국과의 별건 현안에서 양보를 받아내는 '관세의 무기화' 기조도 이번에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관세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관세를 '무기'로 활용해 각국과의 양자 관계에서 얻을 바를 얻어 내려 하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에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