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폭풍 같았던 트럼프 2기 첫주…정책 쏟아내기로 역대급 속도전

2025-01-26 (일) 09:42:42
크게 작게

▶ 8년전 취임 첫날 행정명령 1건…이번엔 무더기 서명하며 전세계에 충격파

▶ “4년 절치부심·압승에 자신감… ‘지지율 최고’ 허니문 최대한 활용할 듯”

폭풍 같았던 트럼프 2기 첫주…정책 쏟아내기로 역대급 속도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4년 만에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주부터 각종 공약을 무더기로 거침없이 밀어붙이며 미국 안팎에 충격파를 던졌다.

첫날부터 수십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불법 이민 단속에 군대를 동원하고 각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하는 등 8년 전보다도 더욱 강력해진 '미국우선주의 폭풍'으로 전세계를 들었다 놓았다는 평이다.

25일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취임한 직후부터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정책들을 쏟아내는 '물량공세'를 펼치며 첫 일주일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주 전략이 반대 세력이 대응 전략을 짤 새도 없이 많은 정책을 빠르게 밀어붙이는 일명 '물에 잠기게 하기'(flood the zone) 전략이었다고 짚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행정명령들을 일주일간 나눠서 서명하라는 측근들의 제안도 거부하고 첫날에만 26건의 '무더기' 행정명령 서명을 강행했다.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 폭동에 가담했던 지지자 1천500여명을 사면한 데 이어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고 불법 이민 단속을 위해 국경 지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미국우선주의 공약을 쉴새없이 밀어붙였다.

또 이른바 '딥스테이트'(deep state·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정부 내 관료 집단)로 표현되는 관료주의 혁파를 내세워 취임 첫 주에 정부 인력과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처음 나선 국제무대인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는 각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며 노골적인 미국우선주의를 공표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주 금요일인 지난 24일까지 서명한 행정명령은 사면과 행정부 인사 지명 등을 제외하고도 52개에 달한다면서, 이 중 28개는 극우 성향의 내용으로 논란이 됐던 보수 싱크탱크의 정책 제언집 '프로젝트 2025'의 내용과 유사한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의 다른 어떤 대통령과도 다른 취임 첫 주를 보냈다면서 선거 공약을 이행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를 내며 미국과 전 세계의 관심을 독점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첫 주 '폭풍 행보'는 그가 처음 대통령에 취임했던 2017년과도 달라진 모습이다.

WP는 취임 첫날부터 수십건의 행정명령이 몰아쳤던 이번과 달리 8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에 단 한 건의 행정명령에만 서명했다고 전했다.

8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일사불란해진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임기의 경험과 지난 4년의 '절치부심'을 통해 더욱 준비된 '원팀'을 갖춘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는 정부 운영의 경험이 거의 없는 보좌관들과 백악관에 입성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단합되고 규율이 있으며 충성심이 깊은 조직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재집권을 목표로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참모진 사이에 상당한 준비가 있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 당시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하고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덕에 한층 더 임기 초반 행보에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4년을 황야에서 이것(대통령직)에 대해 생각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지금 일종의 억눌렸던 에너지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허니문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주에 벌인 속도전은 그가 선거 기간에 내놓은 각종 '원대한' 의제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움직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보통 미국 대통령들은 지지율과 국민 관심도가 가장 높은 취임 첫 100일을 자신의 핵심 공약을 추진할 최적의 기회로 여긴다. 취임 후 빠르면 2년 뒤부터 레임덕에 시달리는 재선 대통령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이러한 압박은 더욱 크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도 전에 없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러한 허니문 기간을 즐기고 있지만, 이러한 지지율은 통상적으로 취임일 이후 빠르게 떨어진다고 WSJ은 짚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자신의 공화당이 의회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는 결과를 거둔 만큼, 중간 선거에서 이러한 구도가 변하기 전에 서둘러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극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 폭풍질주를 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