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GG 한인타운 발전 기대

2025-01-09 (목) 12:00:00 문태기 OC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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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새해가 시작됐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든그로브 시에 있는 OC 코리아 타운은 조성 된지 올해로 46년째(1979년부터 한인 상가 본격 형성)를 맞이하고 있다.

가든그로브 블러바드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한인타운은 한때 ‘모든 길은 가든그로브 한인 타운으로 통한다’라고 할 정도로 번화했다. 한국에서 7-90년대 LA국제 공항에 도착한 한인들은 LA 아니면 가든그로브 근처로 몰려들었다.

그 당시에는 한인타운에 있는 식당, 카페, 커피샵, 백화점 등은 저녁 늦게까지 손님들로 붐볐다. 계모임에서부터 단체, 동창회, 친목 모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만남들이 거의 매일 열렸다. 한인타운에서 저녁 늦게 술집에서 한인끼리 시비가 붙어서 가끔 경찰차도 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인 인구가 2000년대 들면서 풀러튼, 부에나팍, 어바인 인근으로 분산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을 찾는 한인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와 반대로 부에나팍과 풀러튼의 한인 인구는 늘어나면서 이 지역의 한인 상권이 성장해 타운 인구 유입 감소가 과속화 되었다.

이와 아울러 남가주로 이민 오는 젊은 한인들은 좋은 학군을 찾아서 가든그로브가 아닌 타 지역에 많이 정착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든그로브 한인타운을 이용하는 젊은 층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에 덩달아 OC 한인 이민 사회가 오래되면서 초기 이민자들의 나이가 70대 후반 또는 80대로 접어들면서 한인타운을 찾는 한인들의 고령화가 심화되었다. 이들 중에는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도 있다.

이러다 보니까 한인타운 방문객은 노인층들이 많아 저녁 8시만 되면 샤핑객들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아예 그 이후 시간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업소들이 상당수 된다. 손님이 없어서 저녁 늦게 까지 가게를 열어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밤 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한인타운에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볼거리, 즐길거리 또는 샤핑 센터가 없다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타운에 와 보아도 별로 저녁 늦게까지 굳이 있을 만한 곳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한인타운의 미래가 어둡다고 비관할 필요는 전혀 없다. 고무적인 현상도 있다. 최근들어 한인 ‘젊은 피’가 한인 타운으로 수혈되고 있다. 한인타운 상가 업주들이 한인 1세에서 조금씩 한인 1.5세 또는 2세로 바뀌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인 타운의 오래된 사진관의 주인이 은퇴하고 한인 2세가 운영하고 있다. 한인들에게 잘 알려진 약국의 약사도 은퇴하고 한인 젊은 부부가 맡았다. 타운의 유명 자동차 수리점 한인 주인도 작년에 젊은 한인 메케닉에게 업소를 넘기고 물러났다. 타운의 건강 식품점 업주가 은퇴한 빈 자리에 4-50대 한인 부부가 들어왔다.


한인타운의 세대 교체 현상이 현재 이같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가속도가 붙을지 모른다. 향후 10년 후에는 현재 타운의 한인 업주 절반 이상이 은퇴하고 비즈니스를 매각 했을지 모른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한인 1.5세 또는 2세들이 바통을 이어 받으면 된다. 그러면 한인타운은 또 다시 젊어질 수 있다. 업주가 젊어지면 찾아오는 고객들도 젊은층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새해에는 가든그로브 한인타운 업소들이 저녁 늦게까지 오픈하고 젊은 층이 많이 찾아오는 타운으로 변모하는 기틀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한인 1.5세와 2세들이 한인 타운을 즐겨 방문할 수 있도록 타운의 ‘샤핑몰과 비즈니스’, ‘문화적’ 환경이 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 1999년 세워진 가든그로브 코리아타운 표지석은 가든그로브 블러바드 서쪽과 동쪽에 각각 한 개씩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명실 상부한 오렌지카운티 코리아 타운이다. 후세를 위해서도 이 코리아타운은 가꾸고 지켜 나가야 한다. 가든그로브 코리아타운이 지금 보다 더 발전해 웨스트민스터 리틀 사이공에 버금가는 타운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태기 OC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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