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벼운 것은 가볍게, 무거운 것은 무겁게…신속·공정 재판 위해 모든 역량 투입”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일(한국시간)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 취임식 및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
문형배(사법연수원 18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일(한국시간)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탄핵심판 사건을 우선적으로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하면서도 공정한 재판이 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문 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된 탄핵심판 사건 처리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처럼 재판에 임하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문 대행은 헌재 사건 처리와 관련해서는 "임기를 107일 남긴 재판관의 쓴소리"라면서 "사건 부분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사건 처리기준을 더욱 구체화하고 집중 처리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벼운 것은 가볍게, 무거운 것은 무겁게 처리해야 한다"며 선례가 여러 번 있고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연구관 보고서를 150페이지 작성한다거나, 착수한 지 3개월이 지나 위헌이라는 논증을 쉽게 할 수 있는데도 연구 착수에 3년이 걸린다면 재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각하가 명백하다면 중간 처리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설립 이후 연구 검토 기능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재판관을 보좌하는 조직인 연구부에는 전속부와 공동부 등을 두고 있다. 공동부는 대법관 출신인 이강국 전 소장 시절 대법원의 재판연구관 체제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또한 당시 부장판사급인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비해 헌재 연구관의 연차가 배석 판사급으로 연소한 편이라는 점 등이 지적되면서 헌재는 꾸준히 연구관 역량을 늘리고 조직을 강화해왔다. 아울러 지원 조직도 강화하고 헌법재판 연구와 교육을 위한 산하 전문기관인 헌법재판연구원도 창설했다.
문 대행의 이번 발언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헌재의 연구 검토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요 사건의 처리를 더욱 신속히 효율적으로 하자는 당부를 담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행은 이날 국민의 권리의식 확대와 국가 작용에 대한 이의 제기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따른 헌법소송의 증가 추세에 따라 헌재의 발빠른 대응과 내실 있는 사건 처리도 당부했다. 이를 위해서는 헌재가 9명 재판관 체제로 빨리 복원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변화를 주도해갈 것을 주문했다.
문 대행은 "'9인 완성체의 재판부'와 연구부·사무처가 삼위일체가 돼 까다로운 사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사건 처리 역량은 산술평균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자"며 "비상 상황에 지혜를 모으고 용기를 내서 변화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