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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4)

2024-12-25 (수) 08:00:43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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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은 예쁘게 지어졌지만 허름하다. 부실하게 지은 것이 아니라 쉽게 고칠 수 있게 지어졌다. 한국처럼 무거운 돌, 벽돌, 시멘트로 지어진 집은 거의 없다.기껏 벽을 벽돌로 앞면이나 전체 겉만 덮은 집도 있지만, 대부분의 집은 사이딩이라는 재료로 겉에 치장을 했다. 벽은 가벼운 석면으로 되어 있고 사이에 단열재가 있어서 소음과 열을 방지해 준다.

잘못 지어진 집은 단열재가 부실하게 들어가서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다. 한두 번 집을 짓고 이사를 다녀본 사람은 단열재를 제대로 넣고 공사를 하는지 공사 때 가서 수시로 체크를 하고 어떤 사람은 돈을 더 주고 두 배로 넣게 해서 공사를 시킨다.
부부가 싸우다 남자가 벽을 주먹으로 치면 구멍이 뻥 뚫리고 다음날 한 벽면만 하드웨어 스토어에 가서 사다 바꾸면 언제 싸웠는가 싶게 넘어간다. 변기가 고장이 나거나 웬만한 건 하드웨어 스토어에 다 있고 스스로들 고친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헌집 고쳐 주러 다니는 봉사하며 생활을 할 수 있다. 미국사람들은 웬만한 자동차 고치는 것과 집 수리는 어려서부터 어깨 넘어 부모한테 배워서 잘 한다. 요사이는 컴퓨터로 고유 넘버 체크해서 이메일로 부품 오더해서 고치는 방식으로 더 빨리 일처리를 한다.


미국은 잔디에 유별나다. 모든 개인집은 잔디로 마당이 돼 있는데 큰집은 물 뿌리는 시스템을 해놓고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하루에 두 세 번씩 물이 나오게 되어 있다. 잔디가 깨끗이 안 되면 커뮤니티에서 경고장을 보내는데 우리는 아파트에 익숙해서 집 관리가 버릇이 들지 않아 깨끗이 관리 잘하고 사는 집이 드물다.

아파트는 한번 사서 꾸며 놓으면 할일이 적은데 미국 집은  간편히 만들어져 있어서 수시로 고쳐가며, 페인트칠 해가며 오랫동안 살아도 잘 유지한 집은 30년을 살아도 여전히 새집 같다. 유지비가 많이 든다. 주말이 길지만 하루는 집안일을 하고 파티도 하고 일요일은 교회에 가는 일과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유태인을 닮았고 머리가 좋다고 하는데 비슷한 점이 많다. 외국 유람선에서 웨이터로 일하다가 미국 영주권을 얻어 사시는 분이 하는 얘기가, 같은 백인이지만 오렌지 주스에 얼음을 빼서 달라고 하면 유태인인 걸  안다고 한다. 얼음을 넣으면 주스의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기분에 절대로 차갑지 않아도 얼음 없이 마신단다.

한국 사람은 골프장에 갈 때 먹을 것, 마실 것을 일일이 소풍가듯이 챙겨간다. 비싸기 때문에 사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 점이 비슷하게 비교가 될까. 아끼고 현실적인 머리를 갖춘 삶을 산다는 것이 비슷하다.

머리가 좋은 것은 요즘 인도사람들이 휩쓸고 있으니 우리는 뒤로 처졌다. 병원의  의사는 인도인이 많다. 인도, 파키스타인이 같은 종족이기 때문에 구분이 어려운데 한국 사람이 하던 소매가게는 거의 그 사람들이 인계를 받고 사업을 이어간다.

내가 80년대에 왔을 때는 유태인 것을 우리가 인계받고 유태인은 도매상으로 넘어갔고 지금 우리는 도매상에 미국 마켓같이 큰 한국 마켓을 하며 손님으로 동양 사람이나 인도 사람, 멕시칸들이 주류를 이루며 매운 음식에 라면이며 사가는 음식에 종류가 갈수록 많아진다. 미국 마켓은 한산해지고 한국 마켓은 온갖 나라 음식을 다 취급하니 무지 바쁘다.

멕시칸은 돈 잘 쓰고 우리처럼 매운 음식 잘 먹으니 신라면에 김치 얹어서 잘 먹는다. 김치를 모르는 백인들이 없고 한국 연속극 안 보는 미국사람도 없다. 트럼프가 괜히 열불이 나서 끄떡하면 한국 욕을 하나 LPGA 한국선수들이 미국선수보다 잘해서 열을 내는 건가.코스코에 여전히 삼성, LG의 TV, 냉장고, 세탁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요사이 기아, 현대차가 정말 많이 보이고 싸고 모양 멋있고 품질 좋고, 한인들도 일제 타던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이들 바꾼다. 이제는 국방비도 걸맞게 달라는 대로 줘도 되는 건 아닌지.

미국 고속도로는 한국처럼 휴게실이 잘 돼 있지를 않다. 화장실과 무인자판기뿐인데 종종 종이돈을 넣고 지폐는 안 나오고 동전만 나와도 사람이 없어서 하소연 못한다.
며칠 전에 버지니아에 다녀오다가 물 사러 휴게실에 화장실도 갈 겸 들렀는데 옆에 백인 젊은 여자 애들이 있어서 나의 불평을 듣더니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해서 요사이 중국 때문에 눈치를 받아서 그런 줄 알고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금방 ‘안녕하세요'하며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한류니 k-pop이니 딸들 미국친구들이 연속극도 많이 보고 노래도 많이 듣는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현장감 있게 느꼈다. 한국 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할 때가 종종 있다.

많은 것이 발전하고 선진화 되어 있는 대한민국도 세계를  리드해 가는 좋은 문화와 모범적 인 게 많은 선진국이다. 이제는 우리도 자긍심을 갖고 도움을 주며 살아가야 할 때다.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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