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국가 전체를 겉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몰아 넣었다. 윤 대통령 자신의 실정과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무한공세가 겹쳐 조여오는 환경에서 분별없이 몸부림친 결과 계엄령 선포라는 악수를 던지게 했던 것 같다.
국내 평론가들은 ‘윤 대통령의 자폭 코메디' 라고 했고 심지어 해외 동포언론마저 ‘한밤중 황당쇼, 계엄령’(한국일보 워싱턴)이라고 1면 톱 타이틀을 적었을 정도였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에 동의한다.
이번 대통령의 계엄령 소동을 치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알 수 없는 자괴감과 슬픔 또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거주 신분이어서인지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까지도 뭔가 모를 민망함을 금할 수 없는 기분이다. 실로 긴긴 세월 패배, 분열, 설움의 역사만을 지닌 우리가 현대에 와서 까지도 또다시 치욕의 역사를 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우리 민족은 멈추지 않고 되풀이 되고 있는 비극의 역사를 만회해야 할 시점에 서 있음을 절감해야 한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이 정치 발전에 시금석이 되고 깨달음의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한 이후 우리의 정치사를 돌아보라, YS, DJ를 제외하고 모두가 망명, 피살, 자살, 투옥,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우리 국민은 어찌된 셈인지 대통령을 선출해 놓고 나서 몇 달도 채 안 돼 후회하기를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함량미달, 수준이하의 인물,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고 나서 탄핵이 무슨 큰 성과라도 거둔 양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시국진단에 어둡고 정치꾼들의 선동에 쉽게 최면당하는 그런 약점이 다분한 것이 아닌지 염려한다.
민주주의 경험이 일천했던 자유당 시절 4.19 학생혁명은 실로 위대한 의거였다. 최초로 민중의 힘이 독재권력을 거꾸러뜨린 빛나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 환희의 순간도 분열과 무능, 무질서, 혼란으로 군부정권에 의해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4. 19때와 비슷한 역사가 YS, DJ 정부 시절을 제외하고는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이 윤 대통령 탄핵 소식을 듣자마자 전국 곳곳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다. 또 한 번의 불량 지도자를 탄핵으로 징벌했다면 축제 무드에 도취하기 전에 그 결과를 놓고 숙연한 자세를 갖는 것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는 성숙한 국민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냄비 근성', 즉 쉽게 끓고 쉽게 식어버리는 단점을 지적 받고 있는 민족이다. 기껏해야 아내의 치마폭에 놀아나다 “자폭 코미디” “한밤중 황당쇼”로 넘어진 윤 정권의 패망을 놓고 기고만장하는 모습이 오히려 꼴불견이다.
우리의 순간적 흥분 뒤에는 국제사회의 비웃음도 따라 붙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눈부신 산업화를 이룩했지만 당신들 정치 형태는 너무 저질이야." 이런 시선이 있음도 통감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태도 또한 가증스럽다. 이재명은 벌써부터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 탄핵을 보류하겠다느니, 여야라는 단어를 없애자느니,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탄핵 판결을 하루속히 추진하라고 거듭거듭 재촉하고 있다. 자신의 재판기일이 다가오기 전 빨리 대선을 치르고자 하는 수작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이 진정성 있는 지도자라면 탄핵마저 거절하고 윤 대통령 파면을 외치는, 초강경 데모꾼들에게 “이제 그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자"는 호소를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우리 모두는, 특히 청소년 세대에게 정의감과 함께 겸손과 침착성을 동시에 심어 주어야 한다. 그들을 선동의 대상으로 타락시키는 것은 가장 용서 못할 악습이다.
주인공이 수난에 빠져든 여당, 국민의 힘 또한 거꾸로 가고 있다. 단결해야 될 시간에 분열, 추태를 벌이고 있다. 여야 모두 물러나고 순수 중도주의 양심세력이 나라를 이끌어야만 한다. 현 여야 무한 투쟁 상태에서는 국가평화와 정치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느 편이 이기든 지든 양쪽 다 국가 정의와 화합을 거론할 자격도 없고 국민이 인정치 않을 것이다.
이재명의 5가지 초대형 범죄 혐의, 윤석열 헌재 탄핵재판 모두 실황 생중계하여 국민 앞에 속속들이 발가벗겨 놓는 것이 경쾌한 국민신뢰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야 정치인들 모두가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어 버리기도 한다)'라는 가르침을 깊이 새겨보라고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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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