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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기독교인,‘백인복음주의와 연결 짓지 말라’

2024-12-17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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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선거 전후로 젊은층들 거리 두기 나서

▶ 부모에게 신앙 물려받았지만, 정치 성향은 달라

아시아계 기독교인,‘백인복음주의와 연결 짓지 말라’

아시아계 미국인 다수를 차지하는 기독교인이 백인복음주의와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부모에게 기독교 신앙을 물려받은 자녀들은 부모와 다른 정치 성향을 보인다. [로이터]

아시아계 이민자는 히스패닉과 더불어 미국에서 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인 유권자층이다. 히스패닉 이민자 유권자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인 것과 달리 아시아계 유권자 중에서는 기독교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2023년 조사에서 아시아계 성인 이민자 3명 중 1명이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밝혔다. 이들 외에 약 18%는 가족 배경 등으로 인해 자신을 친 기독교적 성향으로 분류했다. 이 두 그룹을 합하면 아시아계 이민자의 약 절반이 기독교적 성향으로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젊은 아시아계 기독교인들은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와 비슷한 신앙 성향을 가지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고 NBC가 보도했다.

미국 보수주의 교회 협의체 ‘전국복음연맹’(NAE) 대표 월터 김 목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계 미국인 교인들은 미국 초기 선교사들이 자국에 미친 영향으로 자신을 복음주의 교인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아시아계 이민자의 기독교 정체성은 문화적 경험, 역사적 배경, 신학적 변화를 합친 것”이라며 “많은 신학자들은 미국 내 한인 교인들도 소속 교단과 상관없이 복음주의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시아계 이민자 교인 중 자신을 복음주의 개신교인으로 정의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종교적 정체성을 뜻했던 ‘복음주의 교인’이라는 단어가 2016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정치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고, 젊은 아시아계 교인 사이에서 복음주의 교인이란 지칭에 대한 거부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LA 옥시덴탈 대학 제인 홍 역사학과 부교수는 “종교적 우익이 부상하면서 ‘복음주의자’란 용어가 백인 보수 기독교인을 지칭하는 당파적 의미로 변질됐다”라고 지적했다.

복음주의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복음주의 교인으로 분류하지 않는 아시아계 교인은 2016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늘기 시작했다. 버지니아주 센터빌에 있는 교인 600명 규모 한인 교회 ‘크라이스트 센트럴 장로교회’(Christ Central Presbyterian Church) 오웬 리 담임목사는 “오랜 기간 복음주의 교인으로 믿었던 아시아계 교인들이 2016년 대선 당시 백인 복음주자들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했다”라며 “이후 처음으로 백인복음주의자와 거리를 두며 무조건적인 후보 지지보다 낙태와 같은 단일 이슈를 중시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계 기독교 지도자들에 따르면 젊은 아시안 교인들은 부모와 조부모가 공화당을 무조건 지지했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낙태와 성소수자 이슈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이민과 인종 문제 등을 대할 때는 부모 세대와 다른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내비친다는 것이다.

NAE 대표 월터 김 목사는 “미국 정치권이 아시아계 기독교인을 단일 집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라며 “아시안 기독교계에 정치적, 신앙적으로 다양한 관심사가 존재하고 정치권은 아시아계 교인들이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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