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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의 <음악 산책>

2024-12-13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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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을 들으며…

이정훈 기자의 <음악 산책>
드뷔시의 (피아노 곡) ‘달빛’을 들으며 시상에 젖어본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일까, 서산너머에 걸린 반달이 애달픈 이별… 달빛 사랑을 전해주는 것 같다.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내일도 있을 밤하늘의 고독… 왜 아름다운 것에는 늘 외로움이 항존하는 것일까?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지나가 버린 추억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달빛의 선률… 詩처럼 지나가 버린 삶의 단편들이 스쳐간다. 인생이란 한 편의 시와같은 것일까, 아니면 음악과 같은 것일까?
드뷔시의 ‘달빛’은 영화 ‘도쿄 소나타’ 속에서도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초등학교 6학년짜리의 연주는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다. 감성이 순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꿈이 가득한 시절이기 때문일까, 소년 켄지의 연주는 음악이 없는 인생과 음악이 있는 인생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의 연주란 대체로 연습한 성과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때때로 감정이입이 느껴질 때, 어린아이들의 음악세계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 ‘Tokyo 소나타’는 2008년 칸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도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영화 제목과는 다르게 음악이야기를 다룬 것은 아니며, 음악이래야 끝장면에서 단 5분밖에 흐르지 않는다. 켄지라는 소년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인데 우연히 피아노 소리에 끌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배우게 된다. 전쟁터와 다름없는 도쿄의 삶 속에서 소년의 아버지는 어느날 회사에서 무단해고되고, 우연히 이를 발견한 엄마 역시 깊은 절망 속에서 집안에 침입한 어느 낯선 사내와 도피행각을 벌인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도쿄의 군상들… 그 속에서 반전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바로 소년의 피아노였다.

‘남’이란 너와 내가 아닌 제 3인칭을 말한다. 음악 역시 마음에 들려올 때까지는 제 3인칭에 불과하다. 아버지는 켄지가 피아노를 배우겠다는 말에 폭력까지 휘두르며 이유없는 증오심을 폭발하게 된다. 아버지는 왜 그처럼 피아노를 배우겠다는 소리에 광분했던 것일까?


사람은 무언가를 극렬히 증오할 때 그 이면에는 또 반전의 메세지가 존재하는 법이다. 그것이 ‘도쿄 소나타’에서 처럼 극적일 때 더욱 감동적일 수 있는 것이겠지만, 박수 없는 5분간의 연주… 그것이야말로 긴 터널… 그리고 터널 밖… 그 차이였다.

달빛… 참 언제들어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명작이다. 반 클라이번이 치는 ‘달빛’을 다시 한번 듣는다. 달빛… 왜 달빛이라고 했을까? 작곡가 드뷔시가 폴 베를렌의 시 ‘하얀달’에서 영감받아 달빛을 연상하며 만든 곡이니 달빛이라고 했겠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겠지만 어쩐지 깊은 산골에서 바라보는 별빛같다고나할까. 왠지 곡상이 쓸쓸한 것이 달빛보다는 겨울 공원의 빈 의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외로움이 공존한다. 드뷔시의 ‘달빛’이 그렇고 베토벤의 ‘비창’이 그렇다. 아름다운 사랑에도 끝은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화려한 인생도 끝은 있기 마련이다. 이별이 없는 사랑, 끝이 없는 인생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음악도 없고 외로움도 없는, 또다른 세상의… 또다른 모습이리라.

‘도쿄 소나타’에서 소년 켄지의 피아노 연주는 너무도 환상적이다. 이곡은 어쩐지 삶의 때가 묻어있는 어른보다는 청소년들의 순박한 마음에 어울리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순수함보다도 더 영혼의 쉼을 안기는, 감성적 깊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음악은 피곤할때, 외로움으로 지쳐있을 때, 부담없이 앉을 수 있던 유행가 가사의 그런 빈 의자같은 것은 아닐까.
‘달빛’ (Clair de Lune)은 클로드 드뷔시가 1890년에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으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가운데 세 번째 곡이다.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의 시 ‘하얀달’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곡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그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얀 달이/ 빛나는 숲속에서/ 가지마다/ 우거진 잎사귀 사이로/ 흐르는 목소리 … -- 오, 사랑하는 사람아-- 깊은 겨울/ 연못에 드리운/버드나무의/ 검은 그림자는/ 바람에 흐느끼네… -- 아, 지금은 꿈꾸는 때 -- 별들이/무지개빛으로/반짝이는 하늘에서/크고 포근한/고요가 내려오는 듯… -- 아득한 이 시간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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