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소된 사건 외 지난 10년간 다른 범죄도 포함하는 ‘선제 사면’
▶ “공적 약속 저버렸다” 비판…며칠새 말바꾸기 논란도
▶ 트럼프 “사면권 남용”…공화당 의원들도 “끝까지 거짓말”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아들 헌터 바이든 [로이터]
조 바이든(82) 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50여일 남겨두고 1일 차남 헌터(54)를 전격 사면함에 따라 후폭풍이 만만찮을 조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자신을 노린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사면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데다, 헌터가 유죄 판결만 받았을 뿐 아직 형량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아들 감싸기'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헌터에 대한 사면을 발표하면서 "헌터가 다른 대우를 받은 것은 분명하다"며 "그들은 헌터를 무너뜨림으로써 나를 무너뜨리려 한 것이고, 여기서 멈출 거라고 믿기도 어렵다.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사법 시스템을 신뢰하지만, 이번 일로 씨름하면서 날것의 정치가 그 과정을 감염시켰고, 결국 정의가 유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믿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이자 대통령으로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국민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헌터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적으로 기획됐다는 불만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부정(父情)을 내세워 정서적 지지를 얻어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공화당의 상·하원 과반 확보 등 정치적 지형이 급변하면서 이후로도 '정치 보복'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읽힌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헌터에 대한 사면 범위에는 이미 유죄로 판단돼 형량 선고를 앞둔 두 개 사건만이 아니라 '2014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1일까지 범한 다른 범죄'가 포함된다.
향후 추가 기소를 염두에 두고 '선제 사면'이라는 노림수를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여러 차례 가족을 위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다는 법무부의 의사결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아들이 선택적으로 불공정하게 기소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 말을 지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정계 안팎에서는 이런 논리를 두고 벌써 잡음이 일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 이후 법치에 대한 존중과 규범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아들을 돕는 데 지위를 이용했고, 미국인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던 공적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AFP통신도 "미국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에 대한 새로운 반성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즉각 이번 결정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번 사면에 수년간 감옥에 갇혀 있는 'J-6 인질'도 포함되느냐"며 "(사면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J-6 인질'은 트럼프 당선인이 패배했던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 수감된 지지자들을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주도해 온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조 바이든은 가족의 부패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며 "잘못을 깨끗이 밝히기보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탄핵 주도자였던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도 "민주당은 탄핵 조사를 할 사안이 없다고 말해 왔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조 바이든은 왜 우리가 조사하려던 사안에 대해 헌터 바이든을 사면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미국 대통령이 가족을 사면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를 1개월 앞두고 사돈인 부동산 개발업자 찰스 쿠슈너를 사면한 바 있다. 쿠슈너는 트럼프 당선인의 장녀 이방카의 시아버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1년 퇴임을 앞두고 이복동생인 로저 클린턴을 사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