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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지명에 ‘No’한 공화 의원들, 트럼프 견제장치될까

2024-1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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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의 일부 의원들 ‘게이츠 반대’ 공개 표명하며 사퇴압박

▶ 공화, 양원 장악했지만 일부 의원들 “고무도장 안 해” 천명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가 21일 의회의 인준 '문턱' 앞에서 낙마하면서 미국 의회, 특히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견제장치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을 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자 이른바 '충성파'인 게이츠 지명자가 지명된 지 8일만에 자진사퇴한 것은 각료 인준 권한을 가진 상원의 공화당 의원 중 일부가 '불가론'을 굽히지 않았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하게 된 데다,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공히 다수당 지위에 오르면서 트럼프 2기는 행정부는 물론 의회권력까지 거머쥐며 '무소불위'가 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지만 트럼프로선 진영 내부의 견제에 직면한 셈이다.


게이츠 지명자 낙마에 대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동맹(연방 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트럼프의 압도적 우위보다는 그의 한계를 보여준 일"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도 "트럼프가 소속 정당(공화당) 의원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번째 신호"라고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야에 있을 때도 일부 의원들은 선거의 당락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치는 절대적 영향이 두려워 사실상 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임기가 2년이어서 2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하원의원들이 이런 경향이 강했는데, 임기가 6년이어서 상대적으로 선거 부담이 적은 상원의원들이 나름대로 트럼프 당선인의 독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을 받아온 게이츠의 낙마에는 공화당 상원 의원, 그 중에서도 일부 여성 의원들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알래스카·공화)은 게이츠가 지명됐을 때 "신중한 법무장관 지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신중한 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수전 콜린스(메인·공화) 의원은 게이츠 지명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며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 두 의원은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와,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른 인사들의 인준 과정에서도 이들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내년 1월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자리를 존 튠 의원(사우스다코타)에게 넘기게 된 미치 매코널(켄터키) 의원도 '당내 야당'이 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집권 1기 때 대체로 트럼프의 인사와 정책에 협조적이었지만 2018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폐지하려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견해를 수용하길 거부하며 '제도'를 중시하는 정통 보수 정치인의 면모를 보였다.

특히 '자유주의 진영 리더 국가'로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중시하는 매코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에 대한 깐깐한 검증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존 커티스 상원의원 당선인(유타·공화)은 '보수주의 기후 코커스'를 이끌면서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에 맞서왔기에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기후변화 대응 법안을 폐기하려 할 경우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이 같은 '깐깐한 상원'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지난 13일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트럼프 강경파'인 릭 스콧(플로리다) 의원을 1차 투표에서 탈락시키고, 4선의 존 튠 의원을 선출한 것에서도 일부 예고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 100석 가운데 과반(51석)보다 2석 많은 53석을 확보했다.

내년 1월3일 제119대 의회 개원 이후 공화당 상원의원 중 이탈표가 4표만 나오면 과반이 깨지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의 '위세' 앞에 꺾이지 않는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 존재는 '트럼프 의제' 추진에 복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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