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달 사상 최대 판매기록 경신
▶ 하이브리드·EV 골고루 잘 팔려
▶ 탁월한 기술력, 연비·편의성 잡아
▶ EV9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 인기
▶ 친환경차 대중화에 선봉 모델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모든 라인업을 전동화 모델로 전환하고 있는 기아의 경영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기아의 전용 전기차 모델인 EV6(위쪽부터)와 EV9과 함께 쏘렌토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기아 미국판매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기아의 전략이 괄목할만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EV)를 포함한 다양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내놓으면서 친환경차 부문 글로벌 선도 브랜드 위상을 견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는 지난 10월 한 달에만 미국에서 6만8,908대의 차를 판매하며 전동화 및 SUV 모델 10월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고금리에다 경기침체 우려로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의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 더욱 값졌다.
전체 판매량 증가세를 견인한 효자 품목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라인이었다. 지난해 11월 미국서 출시된 플래그십 전기차 EV9이 지난 9월 2,096대 팔렸고, 스포티지는 1만1,163대가 넘게 팔려 나갔다. 테슬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캐즘(수요 위축)의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판매량 감소를 겪고 있는 가운데 범접할 수 없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판매량과 점유율 상승곡선을 이끌어 낸 것이다.
기아 아메리카의 판매 운영 부사장인 에릭 왓슨은 “산업이 전기화로 전환되는 가운데 기아가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전동화 전략 ‘선택이 아닌 필수’
이제 전동화 전략은 완성차 업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탄소배출 저감 등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연일 개스값이 요동치면서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고 첨단 기능이 장착된 자동차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전동화 전략은 기존 완성차 업체 모두가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아는 일찌감치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차량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전동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이브리드(HEV)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쳐진 차량으로 구조상으로 보면 내연기관 자동차나 전기차보다 더욱 복잡한 기술이 들어간다.
기아는 2011년 세계 최초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K5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병렬형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명가인 토요타도 당시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기술이다. 기아는 8년 후 CVVD(연속가변 밸뷰듀레이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기아는 이 기술로 성능은 4%가 늘고, 연비는 5% 이상 업그레이드 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연비 장점 ‘하이브리드’로 미국 휩쓰는 기아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1.5~2배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더욱이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보다 효율적인 출력과 큰 토크를 생성한다. 장거리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기아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흉내낼 수 없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형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9월 기아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쏘렌토 HEV는 4기통 1.6리터 개솔린 직분사엔진(GDI), 1.5kWh 배터리, 44.2 kW 전기 모터가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227의 마력, 258파운드 토크의 힘을 발휘한다. 특히 연방 환경보호청(EPA) 추정 복합 연비가 전륜구동 기준 36MPG를 기록하는 등 장거리 주행에 최적화돼 있다. 쏘렌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는 터보차저가 장착된 4기통 1.6리터 가솔린 직분사엔진(GDI), 66.9 kW 전기모터, 13.8kWh 배터리가 탑재됐다. 연방 환경보호청(EPA) 추정 순수 전기 주행거리(AER)가 30마일로 배터리와 모터를 활용해 도심 근교 주행이 가능하다.
2025년형 카니발 미니밴(MPV)은 기아의 첨단 커넥티드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밴 수준의 승차 및 적재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더해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더욱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17인치 또는 19인치 알루미늄 휠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아는 HEV 차종 라인업 강화를 통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출시된 카니발 HEV를 포함해 올해 6종, 2026년 8종, 2028년 9종 등 주요 차종에 HEV 모델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37만2,000대에서 2028년 80만대까지 HEV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행 거리’ 대폭 상향, 전기차 대중화 선도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아는 주행 거리를 대폭 끌어올리고 편의성을 높인 ‘게임 체인저’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며 미국 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미국에서 출시된 EV6는 기아의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제작된 볼륨 모델이다. EV6는 77.4kWh 배터리를 사용해 1회 충전으로 최대 310마일에 이르는 주행거리(AER)과 V2L(Vehicle-to-Load)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플랫 플로어 디자인으로 보다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고 내장재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 모델은 800V 고속 충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18분 만에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EV6는 혁신적인 기술과 안전성, 가성비 등을 인정받으면서 2023년 ‘북미 올해의 유틸리티 차’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린 EV ‘톱10’에 랭크됐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도 1만4,373대로 전년 대비 27%나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출시된 EV9는 기아 최초의 대형 3열 전기 SUV로 7인이 탈 수 있는 패밀리 전기차다. 99.8㎾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최대 304마일 거리를 제공한다. 400·800볼트 고속 충전 기능으로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지난 5월부터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대형 SUV가 흔치 않은 전기차 시장에서 빼어난 외관에다 가격 경쟁력도 갖춘 EV9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닷컴은 “EV9은 기아의 히트 상품 텔루라이드의 전기 버전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스타일리시하고 널찍하며 기능이 풍부하다”며 “주류 브랜드에서 3열 시트를 제공하는 SUV는 거의 없다”고 극찬했다. 에드먼즈닷컴은 이어 “EV9의 듀얼 모터 버전은 4.9초만에 60mph까지 질주에 성공하는 등 이 차량의 성능은 확실히 뛰어나다”며 EV9을 ‘2024년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자동차’로 선정했다. EV9은 사실상 미국 출시 원년인 올해 1만7,911대가 팔려 나갔다. 이대로라면 2만대 돌파도 노려볼 만하다.
기아의 혁신은 공신력 있는 각종 상을 석권하며 입증되고 있다. 앞서 기아의 EV9는 지난 3월 뉴스위크가 주관한 ‘2024 세계 자동차 산업의 위대한 혁신가 시상’에서 ‘올해의 혁신적인 연구개발’(R&D)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북미 올해의 유틸리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최고의 신차’ 상도 휩쓸었다.
기아가 내년에 출시할 소형 SUV EV3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가격은 낮추되 기능은 대폭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엠에스엔닷컴은 “기아의 전기차 모델은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라며 “AI 어시스턴트와 와이드스크린 디스플레이 같은 다양한 추가 기능에 비춰볼 때 현재 이 차를 사는 것이 좋은 거래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아는 EV 글로벌 시장 판매를 올해 30만7,000대를 시작으로 2027년 114만7,000대, 2030년 160만대로 목표를 설정했다.
기아 미국판매법인(KA) 측은 “현재 시장에 출시한 EV6와 EV9을 포함해 3만달러에서 8만달러까지 가격대에 대응하는 EV 풀라인업을 기획하고 있다”며 “향후 고객이 가장 많이 찾게 될 B, C 세그먼트에 대응하는 다양한 형태의 차종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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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