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혜성처럼 데뷔해 돌풍…가요계·뮤지컬·요식업 종횡무진 활약
▶ 내달 20주년 콘서트 ‘테이스트’… “테이라는 가수의 행복한 본모습 보여드릴 것”
가수 테이 [셋더스테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하는 대로 계획이 착착 이뤄지는 삶은 아니었지만, 그 여정은 참 괜찮았습니다. 풍경이 참 아름다웠거든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테이의 음악 인생은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돌발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는 23년 전인 2001년 11월 사상 최고의 '불수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로 문과에서 갑작스레 이과로 전향해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학생 시절 밴드 활동을 하다 JK 김동욱의 '그녈 위해'를 부른 영상이 가요계 매니저의 눈에 띄어 가수로 데뷔했다. 록발라드 가수가 될 줄 알았지만 짙은 감성의 데뷔곡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가 크게 히트하면서 팝발라드 가수로 성공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테이는 "시작부터 내 목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취미로 음악을 했을 뿐, 음악으로 먹고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은 흐름에 맞춰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생각해도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며 "나 자신에게 기특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테이는 2004년 데뷔곡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가 TV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서태지를 꺾고 5주 연속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함께 1위 후보에 오른 가수들이 서태지, 신승훈, 동방신기였다는 것만으로도 이 노래의 인기를 짐작게 한다.
테이는 "노래가 생각지도 못하게 사랑받는 바람에, 연예인으로 살 준비가 안 돼 있던 21살의 나는 모든 것이 너무 두려웠다"며 "간신히 아등바등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더 즐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가이드를 받을 때만 해도 '이런 걸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노래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녹음을 마치고 완성본을 들을 때 '이건 사랑받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맨정신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이별 후의 정서적 흔들림을 묘사한 '온 세상이 취한 것 같아'라는 구절은 지금 들어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저는 '신승훈 키즈'이기 때문에 선배님의 전 곡을 다 알고 있었어요. 데뷔 시절 신승훈 선배님을 방송국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얼어있던 저를 향해 '네가 테이구나' 말해주신 선배님의 첫인상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또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을 갔다가 서태지 선배님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지나가시다 저를 보고 서로 인사한 기억도 나요. 꿈 같은 순간들이었죠."
테이는 이후로도 '같은 베개', '그리움을 사랑한 가시나무', '사랑은 하나다' 등의 히트곡을 꾸준히 냈다. 2011년에는 3인조 밴드 '핸섬 피플'도 결성해 색다른 음악 활동도 펼쳤다.
그는 "'썸'이라는 단어가 나온 이후에는 남녀 사이의 만남의 정도가 만난다, 조금 더 만난다, 가까이 만난다, 사귄다 등으로 세심하게 나뉘었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사귄다 혹은 멀어진다로 '뚝' 끊어지는 건 우리 때가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며 "그러다 보니 한창 활동할 때는 사랑의 감정이 과할 수밖에 없었다. 놓치면 영원히 못 볼 것 같고, 잡으면 나와 같은 사람이 돼야만 한다는 식이다. 그 감정의 증폭을 발라드로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목소리에 감정이 많이 담는 게 진실한 것이자 보컬리스트의 소양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녹음실에서 녹음하면서 가사에 몰입해 많이 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테이는 2009년 SBS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 출연을 계기로 연기에도 도전했다. 이후 2011년에는 대중가수의 오페라 도전기를 담은 tvN 서바이벌 '오페라 스타'에 출연해 우승의 기쁨도 누렸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2012년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을 시작으로 '명성황후', '잭 더 리퍼', '드라큘라', '레베카' 등 많은 뮤지컬 작품에 잇따라 출연했다.
테이는 "사실 2009년 당시 드라마에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소속사가 일정을 잡아서 연기 오디션을 보게 됐다. 현장에서 안 하겠다고 했는데, 제작진이 오히려 이런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해서 연기를 하게 됐다"며 "그런데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하면서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 관객에게 눈빛을 주기만 하다가 선배 연기자들과 '핑퐁 게임'처럼 눈빛 연기를 주고받아 보니 짜릿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가수 생활을 통틀어 의미 있는 곡은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겠고, 뮤지컬 역할로는 최근에 한 '레베카'의 막심 더 윈터"라며 "'레베카'의 오디션을 보러 갈 때도 떨렸고, 배역을 따냈다고 들었을 때도 너무나 신났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으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는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테이는 몇 년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댄디한 평소 이미지와는 또 다른 '대식가'의 면모도 조명되면서 인생 제3막을 열게 됐다. 그 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그가 만든 햄버거를 극찬한 것을 계기로 아예 자신의 이름을 딴 햄버거 체인점을 차렸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일본 라멘 5그릇은 비운다고 했다.
테이는 "요식업에 뛰어들면서 나 자신이 성숙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식당을 하면서 결과에 목매지 말고 주어진 것을 차근차근하다 보면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성공적인 결과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지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7∼8일(한국시간)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테이스트'도 연다. 테이는 이 자리에서 기존 히트곡은 물론, 사랑받은 뮤지컬 넘버와 커버곡 등 다채로운 무대를 선물 보따리처럼 풀어놓을 계획이다.
"가수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자면 단연코 콘서트입니다. 테이라는 가수의 본모습이자 가장 행복한 순간을 와주시는 관객들께 보여드릴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