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MK30
2024-11-11 (월)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2013년 11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가 한 토크쇼에서 ‘옥토콥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는 헬리콥터 프로펠러와 같은 날개가 여러 개 달린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사업이다. 베이조스는 “30분 만에 고객 집으로 주문한 물품을 배달할 수 있는 드론 함대가 하늘을 가득 채울 것”이라며 “나는 이것이 공상과학 소설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고객들은 드론 배송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이조스의 드론 배송 비전 제시 후 아마존은 관련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드론 비행 테스트를 거쳐 2016년 미국 일부 지역에서 드론 배송을 시작했다. 2022년 초에는 시속 80㎞ 속도로 왕복 12㎞를 비행할 수 있는 배송용 드론 MK27을 개발해 배달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MK27은 낮은 비행고도, 큰 소음 등으로 인해 서비스에 제약이 많았다. 아마존은 2022년 11월 성능이 대폭 개선된 MK30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비행고도가 지상 수백 m에 달하고 소음도 기존 드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비행 거리는 2배 정도 길며 비가 오는 날 등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도 최대 5파운드(약 2.3㎏)의 물건 배달이 가능하다. MK는 ‘mark(부호)’의 줄임말로, 그 뒤에 숫자를 붙여 ‘같은 기종의 몇 번째 제품’이라는 뜻을 담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오랜 심의 끝에 아마존 MK30의 사용을 승인했다고 CNBC 등이 5일 보도했다. 아마존은 승인 직후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서 최신형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MK30이 아직 대량 배송에는 미흡한 수준이지만 기술 혁신이 계속된다면 배송 혁명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마존의 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연간 5억 건의 드론 배송을 실현하는 것이다.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드론 배송 등 도심항공교통(UAM)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규제 철폐와 전방위 지원으로 신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 성장 동력을 재점화해야 한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