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다 털리브, 미시간 지역구서 압승…‘해리스 패배’ 성적표와 대조
▶ 아랍계 표 다수 포진…‘親이스라엘’ 바이든 계승 해리스에 지지선언 안 해
의회의 유일한 팔레스타인계인 러시다 털리브 의원(민주)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한국시간 기준)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4선에 성공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7일 현재 개표가 99% 이뤄진 가운데 털리브 의원은 미시간주 12선거구에서 득표율 69.7%를 얻으며 경쟁자인 공화당 후보 제임스 후퍼(25.4%)를 가볍게 꺾었다.
털리브 의원의 이러한 선전은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아랍 공동체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는 눈 감고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한다며 정책 변화를 촉구해왔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에는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 없음'이라고 표시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행동으로 보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털리브 의원은 올해 7월 민주당 대선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된 후에도 자당의 이스라엘 지원 기조를 비판하며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끝내 선언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가자 전쟁이 발발한 직후였던 작년 11월에는 소셜미디어(SNS)에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문구가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가 하원에서 견책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 문구는 화자에 따라 '이스라엘의 소멸'을 뜻하기도,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 지지' 등을 의미하기도 하는 논쟁적 표현이다. 하원 공화당 인사들은 당시 털리브 의원이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 반(反)유대적이라며 거세게 비난했었다.
그러나 논란과 별개로 털리브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최대 아랍계 커뮤니티를 보유한 미시간주 유권자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지역구인 미시간주 12선거구에는 거주자 50% 이상이 아랍계인 디어본이 포함돼 있다고 AP 통신은 짚었다.
디어본 시당국이 공개한 잠정 개표 결과를 보면 털리브 의원은 디어본 유권자의 표 중 60% 이상을 홀로 쓸어 담은 것으로 나온다.
반면, 미 NBC 방송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디어본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득표율은 28%에 그쳤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47%)보다도 19%포인트나 낮은 수치였다.
이 지역 아랍 유권자들이 털리브 의원에게는 표를 몰아주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비토'하는 전략적 투표를 한 셈이다.
1976년 미시간 디트로이트에서 팔레스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털리브는 미시간 주의회 의원을 거쳐 지난 2018년 중간선거로 연방 하원에 처음 입성했다.
그 뒤 2020년과 2022년에 이어 선거에서도 수성에 성공하며 4선 고지에 올랐다.
털리브 의원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주), 일한 오마(미네소타주), 아이아나 프레슬리(메사추세츠) 의원과 함께 '스쿼드'(squad·분대)라고 불린다. 소수 계층을 대변하는 젊은 진보 정치인 그룹이라는 의미다.
털리브 의원 이외 스쿼드의 다른 일원들도 이번 하원 선거에서 생환에 성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