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 터진 재외공관 성비위, 근본적 대책 필요

2024-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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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발생한 호놀룰루 총영사관 행정직원이 연루된 성범죄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대 한국 국적의 한인 남성 직원이 영사관 내 여성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하와이 한인사회와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과 현지 행정직원의 성비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질적인 문제다. 2018년에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고위 외교관이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도 한국 외교부가 현지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한국 정부의 비호’ 논란이 일었다.

외교부는 공관 직원들의 잇단 성비위 사건을 막기 위해 각 공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온 성비위 사건 처리를 외교부 본부로 일원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등의 내용을 담은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을 2021년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일부 총영사관과 대사관에서 발생했던 성추행 사건처럼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현지에서 무마되거나 제대로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본보가 호놀룰루 총영사관 몰래카메라 사건을 특종 보도한 이후 후속 취재에 나선 일부 한국 언론에 따르면 외교부는 총영사관에 대응을 일임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 한국 언론은 외교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피해자들이 직접 영사관 곳곳을 뒤지며 증거를 찾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미주반은 주미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9개 재외공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 중이다.

오는 19일에는 LA 총영사관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대한 합동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외교부가 나라 망신을 시키는 성비위 사건에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국정감사반이 외교부 및 재외공관에 철저한 반성과 근본적 대책 마련을 엄중하게 촉구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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