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시세 산출 부탁해’… 부동산서도 활용되는 AI(인공지능)

2024-10-17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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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관리에서 시장 분석까지 척척

▶ 고객관리는 ‘대체 불가’ 에이전트 몫

“집 시세 산출 부탁해’… 부동산서도 활용되는 AI(인공지능)

‘인공 지능 기술’(AI)이 부동산 업계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일정 관리에서부터 시장 분석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로이터]

“집 시세 산출 부탁해’… 부동산서도 활용되는 AI(인공지능)

AI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집을 보여주는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또 증강 현실을 적용한 가상 투어로 직접 쇼윙을 대신하는 에이전트도 많다. [로이터]


부동산 업계에서도 ‘인공 지능’(AI)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AI는 인간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됐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AI가 부동산 시장 분석에서부터 고객 창출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업무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지루하고 단순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전환하며 부동산 에이전트의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AI가 온라인 MLS와 질로우와 같은 온라인 매물 검색 서비스 이후 부동산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AI의 등장으로 부동산 에이전트의 역할이 앞으로 변해야 하지만 에이전트만이 담당할 수 있는 독특한 업무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가상 비서 통한 일정 관리

AI는 자동화를 통해 각종 단순 부동산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전통적인 부동산 에이전트의 업무에 행정적인 업무가 많다. 쇼윙 등 일정 관리, 이메일 관리,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의 단순 행정 업무는 AI 등장하기 전 부동산 에이전트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제 AI 기술을 통해 이들 단순 행정 업무에 대한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해졌다.


‘부브 그룹’(Voov Group)이나 ‘린디’(Lindy)와 같은 업체는 AI 기술을 활용한 가상 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가상 비서는 고객에게 집을 보여주는 일정 관리에서부터 고객 질문 답변, 팔로우 업 연락 등 실제 에이전트가 아니면 불가능했던 업무를 처리한다. 단순 행정 업무를 AI 가상 비서에게 맡긴 에이전트는 마케팅 전략 수립, 과거 고객 관리 등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 신규 고객 창출 및 관리

부동산 에이전트로서 성공을 좌우하는 능력이 바로 고객 창출 능력이다. 신규 고객을 창출하지 못하면 경쟁이 치열한 부동산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한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콜드 콜링’(Cold Calling)이다. 콜드 콜링은 목표 지역의 주택 소유주에게 무작위로 전화 연락해 부동산 매매 계획이 있는지 알아보는 영업 전략인데 이를 꺼리는 에이전트도 많고 시간과 노동력 소비가 많은 작업이다.

AI가 중요하면서도 까다로운 콜드 콜링을 대체할 기술로 떠 올랐다. AI를 통해 잠재 고객들의 부동산 관련 인터넷 검색 기록, 인구 데이터 등의 자료를 분석해 부동산 매매 가능성이 높은 우선순위에 따라 고객을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오퍼스’(Offrs)와 ‘스마트집’(Smartzip) 등이 AI 기술을 활용한 고객 창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업체다. 부동산 에이전트는 이들 AI 업체가 부동산 매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려낸 고객을 상대로만 콜드 콜링을 집중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 동시에 사업 성사율을 높일 수 있다.

◇ 고객 맞춤형 대화 작성

AI 기술을 통해 콜드 콜링에 필요한 맞춤형 전화 원고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고객의 기본 자료를 분석해 고객의 관심사 반영된 전화 원고가 작성되고 이를 콜드 콜링에 사용하면 고객과 관계를 쌓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콜드 콜링이 한 차례에 그치면 고객 창출 가능성이 낮아진다.

후속 연락 작업인 팔로우업 연락이 정기적으로 필요한데 이 작업 역시 AI를 통해 대체할 수 있다. AI를 통해 적절한 팔로우업 연락 시기와 내용을 관리할 수 있고 팔로우업 이메일 자동 전송도 가능하다. AI 자동화 기능은 고객이 제때 팔로우업 연락을 받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AI는 고객 창출 수단 중 하나로 매우 효율적이지만 에이전트가 담당해야 할 역할도 있다. AI가 제공하는 고객 리스트가 지역에 따라 매우 광범위할 수 있다. 따라서 에이전트는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추려내는 능력이 필요하고 AI가 제공하는 모든 자료를 맹신하면 안 된다.

◇ 시장 분석

부동산 에이전트가 갖춰야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시장 분석 능력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 분석에 대한 AI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앞으로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AI는 방대한 매매 자료를 단시간에 분석해 시세 감정과 적정 리스팅 가격 제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과 ‘하우스캐너리’(HouseCanary)와 같은 플랫폼은 시세 감정에서부터 시장 동향, 미래 전망 등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동산 에이전트는 AI 기술이 적용된 시장 분석 자료를 앞세워 경쟁력 있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 증강 현실 적용한 가상 투어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부동산 매매 행위가 제한되면서 직접 집을 보러 가는 ‘투어’(Tour)가 금지된 바 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동영상이나 화상 채팅을 통한 이른바 ‘가상 투어’(Virtual Tour)다. 이후 AI 기술의 발달로 가상 투어 경험이 크게 개선됐다. ‘리얼스페이스’(RealSpace) 등 가상 투어 서비스 업체는 ‘증강 현실’(AR) 기술을 적용해 바이어가 원격에서 마치 실제 집을 방문한 것처럼 집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AI 기술이 적용된 가상 투어를 통해 바이어, 셀러, 에이전트가 시간을 절약하고 직접 방문 필요성을 줄이고 있다.

‘스테이징’(Staging) 분야에도 AI 기술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스테이징은 매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을 사용해 실내를 매력적으로 꾸미는 작업이다. AI는 매물에 가장 적합한 가상 스테이징을 적용해 바이어가 직접 방문하지 않고 입주 후 집 분위기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 고객과 관계 유지는 에이전트 몫

AI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부동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에이전트는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AI를 활용, 고객에게 정보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지만, 정보의 정확성에는 아직 의문이 제기된다. 따라서 에이전트는 AI를 적절히 활용하되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부동산은 관계 기반 비즈니스이므로, 에이전트와 고객 간의 관계는 AI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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