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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로빈슨 칼럼] 트럼프가 절대 당선되어선 안되는 이유

2024-10-09 (수) 유진 로빈슨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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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한 달을 남겨 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결코 대통령되어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증거가 제기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인물임을 보여주는 숱한 이유는 그가 던진 단 두 마디의 말에 완벽하게 농축되어 있다: “그래서 뭐?”(So What?). 그게 뭐가 문제냐는 반문이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최근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을 막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2021년 1월6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폭도들을 피해 안전장소로 급히 대피했다는 보고를 받고 트럼프가 던진 말이다. “마이크 펜스를 교수대에 매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폭도들이 부통령을 잡으려 의사당을 뒤지고 있는데 대통령은 그래서 그게 뭐가 잘못됐느냐고 퉁명스레 되묻는다. 폭도들이 경관들을 폭행하고 무참히 짓밟는 등 유혈극을 벌이고 있고, 부통령과 의원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대피했다는데 대통령은 “그게 어때서?”라며 아랑곳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이런 소식을 들으면 크게 놀라거나 최소한 걱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에 제출된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사당으로 보낸지 불과 몇 분이 지니지 않아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펜스는 그가 했어야 할 일을 할만한 용기가 없었다”고 선언하는 냉정함을 드러냈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거둔 승리를 의회가 인증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트럼프가 원했던 펜스의 역할이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는 유권자들의 결정에 불복했고 그의 패배를 확인한 수 십건의 법원 판결을 모조리 거부했으며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던 몇 시간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했다. 이것만으로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충분치 않다면 도대체 우리에게 뭐가 잘못된 걸까?

또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 밴스의 잘못은 무엇일까? 밴스는 미국민이 너무도 어리석어 아이비리그 출신다운 매끄러운 말솜씨와 철저한 연습을 거친 거짓된 신중함으로 위를 아래라고 말하면 그대로 믿을 것이라 생각하는건가?

얼마전 열린 부통령후보 TV 토론에서 밴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1월20일에 평화롭게 권략을 이양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자들이 그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 말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이 발언으로 그는 ‘거짓말 연보’의 한 챕터를 스스로 작성했다.

맞다. 고맙게도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취임식은 평화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도한 행동을 ‘중단’한 게 아니었다. 그는 취임식이 열리기 전에 이미 (비밀문서가 담긴 수많은 상자를 가지고) 플로리다의 자택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대놓고 후임자를 모욕한 셈이다. 트럼프는 후임자의 취임식에 불참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미국 근대 정치사에 이름을 올리는 동시에 우리의 민주적 전통 하나를 추가로 깨뜨렸다.

오늘 이 순간까지 트럼프와 밴스 중 그 누구도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트럼프는 11월 선거에서 해리스에게 패할 경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뭐?”야말로 트럼프의 일관된 정책 기조이자 그가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는 북극성이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는 평생 낙태권을 지지했지만 공화당 지명을 받기 위해 반낙태주의자로 돌아선 후 완전히 태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자신이 임명한 세 명의 대법관 덕에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진 후 대법원의 판결이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 드러나자 그는 집회에 참석한 청중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꾼다.

트럼프는 지난 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연방 차원의 낙태금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같은 내용의 법안이 나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반낙태 운동가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주 차원의 낙태권 보장을 위해 유권자들이 여러 주에서 동시다발로 추진 중인 주민투표 발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반응은 늘 그렇듯 “그래서 뭐?”가 전부다. 트럼프는 반낙태 운동가들 앞에서는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다.


뉴욕 배심원단에 의해 34개 중범 혐의로 기소됐지만 “그게 어때서”로 받아치고 기업회계 장부 조작이 성인영화 여배우와의 관계가 들통나지 않도록 입막음 돈으로 지급한 13만 달러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비롯된 사실조차 “그래서 뭐? 누가 신경이나 쓴 데?”로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낸다.

트럼프는 예민한 내용을 담은 국가 비밀문서를 마라라고로 빼돌려 번잡한 연회장이나 샹들리에가 설치된 화장실에 마구잡이로 쌓아두었고, 이를 회수하려는 국가기록원의 시도를 1년간 방해했지만 그의 반응은 여전히 “그게 어때서?” 그까짓게 당신과 무슨 상관인데?“가 전부다.

트럼프는 조지아주 선거관리 실무 책임자에게 전화해 더도 말고 바이든의 승리를 뒤집기에 충분한 표를 찾아내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 역시 그에겐 별일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그저 1만1,780표만 찾아내라는 것일 뿐”이라는 대화 내용을 트럼프는 부인하지 못한다. 그의 육성이 담긴 전화 녹취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트럼프가 진실에 관한 논쟁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뻔뻔하고 사악한 거짓말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하이오주의 아이티 이민자들이 고양이와 개를 잡아먹는 ‘불법’ 체류자라는 거짓 주장을 이어간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범죄와 경제, 그리고 일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성전환수술을 받는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계속한다면?

트럼프에게 트럼프 이외의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진실을 저버리고 펜스를 거리낌 없이 내쳤듯이 트럼프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마저 버릴 수 있다.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 해리스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유진 로빈슨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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