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가 쓴 ‘오이디푸스 왕’은 그리스 비극 중 최고로 치는 작품이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는 친자식에 의해 살해될 것이란 예언을 듣고 아들 오이디푸스가 태어나자 살해할 것을 지시하지만 하인이 아이를 불쌍히 여겨 살려주며 이 아이는 결국 코린트 왕에 입양돼 왕자로 자라게 된다.
그러나 델피의 신탁으로부터 아버지를 살해하게 될 운명이란 계시를 받은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 방황하던 중 세갈래 길에서 노인이 탄 마차와 만나 길을 비켜주는 문제를 놓고 다투다 이 노인을 죽이고 만다.
그리고 수수께끼를 내 못 맞추는 사람을 죽이는 방식으로 테베 시민들을 괴롭혀온 스핑크스를 만나 이를 풀자 스핑크스는 부끄러움에 자살한다. 테베 시민들은 그를 마침 과부가 된 왕비 요카스타와 결혼시키고 왕으로 받든다.
그 후 세월이 지나 테베에 역병이 돌자 그 원인으로 전왕이 살해된 데 대한 신들의 분노가 지목된다. 선지자와 왕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는 집요하게 살인자를 추적하고 결국 그가 자신임을 알아낸다. 절망한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파내고 왕비는 자결한다.
이런 비극은 왜 일어났을까. 형식적으로는 운명 때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이디푸스의 성격 때문이다. 세갈래 길에서 한발만 양보했더라면 노인을 죽이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고 나중에라도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조사를 중단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충동적이고 양보를 모르며 끝까지 가는 그의 성격이 사태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우유부단한 햄릿, 의처증에 귀가 얇은 오델로, 권력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멕베스, 아첨에 약하면서 자만심만 강한 리어왕 등 비극의 근본 원인은 주인공의 성격에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성격은 운명’(헤라클리투스)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
에머슨의 말대로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버릇이 되며 버릇은 성격을 만든다. 일단 성격이 굳어지면 되돌리기 힘들다.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은 성격의 지시를 받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 하나의 운명을 좌우하지만 공인의 성격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미 최고위직인 대통령의 성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런 면에서 최근 뉴욕타임스가 루저 도널드 최측근 등 그를 가장 잘 아는 91명의 증언을 실은 기사는 충격적이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그는 자신의 이익과 에고를 충족시키는 것을 항상 최우선시 할 것이다”(빌 바 전 법무장관), “그는 극히 조종당하기 쉽다”(피오나 힐 전 러시아 담당 보좌관), “그는 미국 민주주의를 근거없이 훼손시켰다”(탐 보서트 전 국토 안보 보좌관), “그는 나쁜 뉴스는 책임지지 않는다”(데이빗 라판 전 국토 안보부 부차관보), “그의 행동은 갈수록 잘못되고 불안정해졌다”(벳시 디보스 전 교육부 장관), “FBI가 미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앤드루 맥케이브 전 FBI 국장 대행), “살인적인 독재자를 높이 평가하는 인물”(존 켈리 전 비서실장), “나는 그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트럼프의 성격은 이성적이 아니었다”(캐시디 허친슨 전 비서실장 보좌관), “진실과 거짓말의 차이를 모른다”(댄 코우츠 전 국가정보국장), “그에게 충성은 대부분 일방통행로였다”(클리프 심스 전 백악관 언론 보좌관), “그는 끔찍한 인간이다”(믹 멀베이니 전 비서실장 대행), “아첨으로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고 불안을 달랬다”(H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 담당 보좌관), “조직 범죄단을 상대하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일관성 있는 대외 정책 수행을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존 볼턴 전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전혀 없다”(알리사 파라 그리핀 전 백악관 언론국장), “자신을 헌법 위에 두는 사람은 누구도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우리 국가 안보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의 비도덕성이다”(마일스 테일러 전 국토 안보부 관리), “그는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돈 맥간 전 백악관 법률 고문), “가짜, 거짓말쟁이, 사기꾼, 깡패”(마이클 코언, 전 고문 변호사), “정직한 일은 해본 적이 없다”(메리 트럼프, 조카), “그는 겁쟁이다”(딕 체이니 전 부통령), “그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다”(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 “그는 인종주의적이고 외국을 증오하는 종교적 차별주의자다”(린지 그레이험 연방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는 보수가 아니다”(애덤 킨징거 전 연방 하원의원), “권력과 복수, 보복이 그가 정말 원하는 것이다”(덴버 리글먼 전 연방 하원의원) 등등.
이게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들의 평가다. 이런 인물이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절반에 달한다니 믿기지 않는다. 미국 유권자들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
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