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원 변호사의 피와 살이 되는 노동법 이야기
40-50년전 미동부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김치독을 뒷마당에 묻던 한인들이 이웃의 신고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대형 비닐봉투에 담은 시뻘것고 이상한 냄새 나는 내용물이 담긴 큰 독을 뒷마당에 묻는다면 그게 사람의 시신이라고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와 달리 미동부에서는 그당시 한국 배추가 없어서 양배추로 김치를 담궈먹었다. 그리고 김치를 먹고 그 냄새 때문에 2세 자녀들이 학교에서 손가락질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팜스프링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스코틀랜드계 로스쿨 동창도 쉐프인 부인과 같이 김치를 즐겨 먹고 어디 김치가 맛있냐고 물어보는 세상이 되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코스트코와 트레이드죠에 한국 음식이 동이 나는 세상이다. 왜 미국인들은 중국음식과 일본스시만 아냐고 한인들이 불평하던 시절이 마치 조선시대로 느껴질 정도로 K푸드의 전파 속도는 5G 수준이다. 이렇게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사랑하게 된데는 필자 고객들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한인 요식업자들의 공이 제일 크다고 본다.
그런데 온라인 SNS 메타버스를 등에 없고 K 푸드가 더 비약적으로 발전할 전망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인 김치업계, 라오스에서 한식 전파하는 사업가, 영국에서 한식당 운영하는 한인, 15600명의 팔로워가 있는 남가주의 한식당 인풀루엔서, 실리콘밸리 마이크로소프트 사내식당 쉐프, 라스베가스에서 한국식 분식을 제공하는 한인, 뉴욕에서 한식당을 하는 한인,한국에서 전세계에 한식을 전파하겠다고 노력하는 스타트업 사업가, 어바인에서 구운 과자 휘낭시에 개발에 전념인 한인, 사이프러스에서 베이커리를 오픈하기 위해 애쓰는 한인 부부,요식업계를 위한 키오스크 시스템을 제공하는 마케팅 전문가, 다운타운 LA에서 유일한 한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 출신 한인, 캘리포니아주의 유명한 커피숍들을 방문하면서 감상문을 올리는 학생.
이렇게 다양한 각양각층의 전세계 한인들이 단 한가지 이유로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스레드(threads)가 아주 핫하다. 그 한가지 이유는 K 푸드의 발전이다. 서로 만나본 적도 거의 없는 그야말로 일면식도 없는 다양한 배경, 다양한 연령, 다양한 장소에 있는 한인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놀라운 성과들을 올리고 있다.
비슷한 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알고리즘에 의해 비슷한 업종의 전문가들의 글이 자동적으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한민족의 전통인 품앗이를 21세기에 보고 있는 느낌이다.
누가 자기가 사는 동네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한다고 하면 자기일처럼 방문하고, 근처에 한식당을 열었다고 하면 돈도 받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식후경을 사진과 같이 소개하고, 자신들의 음식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과 지적을 성숙하게 수용하면서 K 푸드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한인 1세들 단체장들처럼 그 누구도 “모두 나를 추대하라”는 꼰대같은 지시를 하지 않고 나이 상관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반말로 조언을 주고 받는다. 경험이 없으면 없는대로, 경험이 많으면 자신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솔직히 공유하면서 성숙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치 전세계 한인 요식업계의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팔콘,호크아이, 토르같은 어벤저스 아니면 수호전에 등장하는 양산박의 108 영웅들을 연상케 한다.
미주한인 이민진의 동명소설 ‘파친코’를 역시 미주한인 제작자인 수 휴가 각색, 제작하고 미주한인 감독인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이 시즌 1에서 연출하고 한국 배우 윤여정, 김민하,정은채, 이민호, 미주한인 배우 진하 등이 출연한 ‘파친코’는 전세계 한인들이 힘을 합친 웰메이드 드라마로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에 참여한 시즌 2가 지난 8월23일 공개됐다.
‘파친코’는 애플TV플러스가 제작한 시리즈 중 가장 잘 만든 드라마로 꼽히고 있다.
한국의 굴곡진 역사에서 비롯된 ‘코리안 디아스포라’지만 이 이민을 소재로 전세계 한인들이 뭉쳐 만든 드라마가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인들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단결을 못한다는 식민지 역사관에서 벗어나서 협업을 통한 K 팝, K 드라마, K 뷰티, K 푸드가 성장하고 있다.
이런 한인 요식업계의 메타버스에 필자도 동참하고 도움이 되고자 한달에 두번 발행하는 스시뉴스 LA에 한인 요식업계와 그 관련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더이상 서로 비난하고 서로 고발하는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벗어나 서로 돕고 사는 메타버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되고 있어 아주 흐뭇하다.
haewonkimla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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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