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연리뷰> SF 오페라의 ‘가면 무도회’

2024-09-20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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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SF 오페라의 ‘가면 무도회’

가면무도회의 한장면.<사진 SF 오페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십년 만에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UN BALLO IN MASCHERA)’를 공연 중에 있다.

지휘, 무대, 노래… 3박자를 완벽히 갖춘 무대는 쉽지 않은데 이번 무대는 지휘자 김은선의 탁월한 리더십, 가수와 오케스트라의 조화있는 화음 등 A급 공연으로서 절찬 받고 있다. 베르디는 초,중, 후기 등 3단계로 나뉜 그의 작품 활동으로 약 30 여 작품들을 남겼는데 ‘가면 무도회’는 그중 중기에 속하는 전성기 시대의 작품이다. 극적이면서도 무대 변화가 크며 아름다운 소프라노 아리아 등 중기 작품 중에서도 히트 작품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역 신문들은 이번 무대를 십년 전 가수들이 죽쑨 점을 지적하며 꼭 가봐야할 무대로 적극 추천하고 있다.

‘가면 무도회’는 베르디의 중기 작품 중에서도 다소 무거운 작품에 속하지만 파워풀한 선율과 극적인 긴장감 등으로 초연(1859년) 이후 곧바로 흥행대열에 합류했고, 지금까지 베르디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널리 연주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남다르게 표현된 접신(接神)이라고나할까, 영계를 넘나드는 어떤 초자연적인 순간을 가장 멋지게 표현한 작품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마녀, 무당, 마술사 등이 자주 등장하는 베르디 오페라의 초자연적인 장면들은 베르디 예술의 백미로 꼽히고 있으며 다른 어떤 오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극적 긴장감과 통쾌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당(sorcerer - Ulrica)역에 메조 소프라노Judit Kutasi가 캐스팅돼 파워풀한 목소리로 격찬받고 있다. 한인 베이스 바리톤 한종원은 스웨덴의 왕 구스타보 암살공모자 3명 중 한 명 Tom 역을 맡아 지난번 ‘매직 풀룻’ 공연에 이어 극찬 받고 있고 주인공 구스타보역에 뉴 저지 출신 테너 Michael Fabiano가 부드럽고 성량있는 목소리로 이번 공연의 일등공신으로 절찬받고 있다. 여주인공 아멜리아 역의 아르메니아 출신 소프라노 Lianna Haroutounian 또한 지난해 ‘로엔그린’ 공연에 이어 2년 연속 SF 무대에서 성악적 성공의 일익을 담당하고있다.

베르디는 1859년 ‘가면 무도회 ‘ 라는 제목의 오페라를 창작하게 되는데, 이 제목은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육책에서 나온 제목이었을 뿐이었다.

스웨덴왕의 암살 사건을 다룬 야심작이었는데 검열에서 그만 걸리고 말았다. 정치적인 이유가 그것으로, 대신 ‘가면무도회’라는 제목으로 배경을 보스톤으로 변경하여 간신히 검열에 통과했다.(이번 무대는 원작 그대로 스웨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은 상투적이기는 했지만 진지하고 극적인 박력이 크게 공감을 사 흥행대열에 합류했고, 지금까지 널리 연주되는 베르디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 있었던 스웨덴 국왕 구스타보 3세(1746∼1792)의 가면무도회 암살사건을 그린 작품으로 구스타보 3세는 왕권강화에 힘쓴 계몽군주로 귀족들과의 알력이 심했다. 결국 귀족들의 사주로 자신의 전 경호원에게 저격당하는데 극속에서는 흥미롭게 치정 문제로 변경시켰다.

스웨덴의 왕 구스타보는 자신의 최측근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비극에 한 복판에 서게된다. 비록 정신적인 사랑에 불과했지만 아내의 외도로 착각한 남편은 왕의 암살음모에 가담하게 되고 왕은 아멜리아와 이별을 결심하고 가면무도회를 연다.

아멜리아는 남편의 암살 음모를 미리 파악하지만 결국 죽음을 무릅쓴 구스타보의 가면무도회 강행으로 극은 처참한 비극의 페이소스를 선사하게 된다.

김은선의 압도적인 지휘, 남성합창단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고 있다.< ‘가면무도회’ 남은 공연 - 9월 21, 24, 27일 저녁 7시 30분/SF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 www.sfopera.com>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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