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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머리 얻어맞은 것 같은 두통 나타난다면…

2024-09-19 (목)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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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원기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망치로 머리 얻어맞은 것 같은 두통 나타난다면…

윤원기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는 뇌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 혈관이 약해져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뇌혈관 벽이 스트레스를 받아 미세한 균열이 생기거나 파열되면 뇌출혈을 일으키는 초응급 질환이다. 뇌동맥류는 파열되면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치명적인 영구 장애를 갖게 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조 증상이 없고 언제 터질지 몰라‘머리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와 척수 사이의 거미줄처럼 생긴 공간(지주막 아래)에 혈액이 스며든다(지주막하 출혈). 이처럼 지주막하 출혈이 되면 28~35%가 목숨을 잃는다.‘뇌동맥류 치료 전문가’ 윤원기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윤 교수는 “뇌동맥류는 후유증이 심각해 한 번이라도 파열되면 치명적”이라며 “전체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후유증이나 장애가 남고, 3분의 1 정도는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뇌동맥류가 왜 생기나.


뇌동맥류 크기는 2㎜ 이하부터 50㎜ 이상까지 다양하다. 40~70대에 흔히 발견되는데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류 역학적 원인에 의해 혈관벽에 균열이 생겨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혈관 내 염증이나 외상에 의해 혈관벽이 손상되면서 발생하기도 하며, 뇌동정맥 기형이나 모야모야병 같은 뇌혈관질환이 있으면 나타나기도 한다. 흡연과 고혈압 등이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며 가족 중에 뇌동맥류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4배가량 높아진다.

뇌동맥류가 있어도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극심한 통증과 두통을 느끼게 된다. 오심·구토나 뒷목이 뻣뻣한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두개골 내 압력이 올라가면서 의식 저하나 혼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응급실로 가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크게 혈관 밖으로 하는 수술과 혈관 안으로 하는 2가지 치료법이 있다. 머리를 열고 부풀어 오른 혈관 부위를 클립으로 묶는 수술인 ‘클립 결찰술’과 머리를 열지 않고 허벅지 부위 대퇴동맥을 통해 1㎜ 이하의 얇은 백금 코일을 집어넣어 뇌동맥류에 혈액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혈관 내 수술(시술)인 ‘코일 색전술’이다.

치료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적용하는데, 두 가지 방식에는 뚜렷한 장단점이 있다. 클립 결찰술(수술)은 재발·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을 때, 환자가 젊을 때, 뇌 표피에 뇌동맥류가 생겼을 때 시행한다. 재발률이 낮지만 뇌를 열고 수술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코일 색전술(시술)은 수술보다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빨라 고령 환자에게 많이 시행되지만,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단점이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뇌동맥류 종류에 따른 고난도 병변에 최적화된 다양한 수술·시술법이 개발되고 있다. 클립 결찰술은 눈썹이나 관자놀이에 3㎝ 이하 작은 구멍을 내는 ‘미니 개두술’로 시행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있다. 코일 색전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뇌동맥류나 25㎜ 이상 되는 거대 뇌동맥류 치료에는 뇌동맥류에 코일이 아닌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 방향을 바꿔 치료하는 ‘혈류 변환 스텐트 시술’도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나아가 뇌동맥류가 혈관이 겹쳐 있는 부위 등에 발생해 시술 난도가 높으면 ‘풍선을 통한 혈류 변환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다. 풍선과 스텐트 시술이 동시에 진행돼 시술 방식 난도가 높지만 더 정교한 시술이 가능하고 안전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또한 혈관이 갈라지는 지점에 발생하는 분지형 뇌동맥류는 경부가 넓어 코일 색전술만으로는 부족한다. 이럴 때에는 와이어를 촘촘하게 엮은 금속망인 ‘뇌혈류차단기(Woven EndoBridge·WEB)’를 뇌동맥류 안에 채워 넣는 방식으로 시술한다. 이렇듯 기존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높인 새로운 치료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덧붙여 뇌동맥류는 시술·수술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에 또다시 생길 수 있다. 파열된 뇌동맥류는 다시 파열될 위험이 높다. 재파열은 2주 내 25%, 6개월 내 50% 이상 발생한다. 재파열이 생길수록 예후(치료 경과)와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일 색전술이나 스텐트를 시술한 환자라면 항혈소판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추적 관찰해야 한다.

-뇌동맥류 예방법은 없나.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별다른 예방법은 없다. 다만 조기 발견하면 파열되기 전에 뇌출혈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고혈압 등 고위험군이라면 건강검진 시 뇌에 대해 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MRA)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뇌혈관조영술 등을 받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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