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TO ‘재세계화’ 촉구
▶ 세계 불평등 해소 시급
▶ 관세 등 무역장벽 증가
▶ 정치적 도구로 악용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치적 이유로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과 후진국들이 큰 피해를 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
세계무역기구(WTO)는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최빈국들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부유한 국가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비생산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면서 세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재세계화’(reglobalization)를 촉구했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WTO는 연례 포럼을 앞두고 지난 9일 공개한 새 보고서에서 자유 무역이 빈곤과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무역에서 빈곤 및 중간 소득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1%에서 38%로 증가하고, 세계 무역에서 이들 국가간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5%에서 19%로 4배 가까이 늘었으며, 결국 같은 기간 빈곤 및 중진국의 1인당 소득도 3배로 증가했다고 WTO는 제시했다.
하지만 무역 장벽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 광범위한 관세 도입과 2년 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중국산 전기자동차를 겨냥한 최근 조치 등 지난 10년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선진국 관세 인상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차이나 쇼크’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값싼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미국 등 제조업 일자리가 희생됐다.
일각에서는 높은 관세가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보이고,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이후 경제 회복력 보장 방안으로 무역 장벽이 제시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도 적대국 또는 잠재적 적대국에 대한 주요 상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보호주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보다 나은 기술 접근을 위해 외국인 투자와 무역에 의존해야 하는 빈곤 국가들은 이러한 무역 장벽의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WTO는 지적했다.
WTO는 이와 함께 세계화가 선진국과 빈곤국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국가 내 빈부 격차를 확대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최근 수십년간 무역과 불평등 관련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력하고 일관된 상관관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무역 규제가 통상 사회 내 특정 집단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고비용 방안이며, 생산 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불만을 품은 무역 상대의 값비싼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WTO는 따라서 각국 정부는 보호 장벽을 높이는 대신 노동자들이 수요가 많은 새 기술을 습득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